[오승직의 음악칼럼 55]

오승직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오승직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이젠 우리 고장 제주의 봄을 여는 상징처럼 되어 버린 벚꽃처럼 제주 음악의 상징인 제주국제관악제 봄 시즌이 ‘봄을 여는 팡파르’란 부제로 지난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제주 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 전당, 구좌읍 다목적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재즈 콘서트, 라이징스타와 앙상블 콘서트, 작곡 콩쿠르 등 크게 세 가지 테마로 열렸는데, 연일 수준 높은 연주로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특히,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꾸며진 재즈 콘서트는 제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콘서트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러니 그날 사정이 있어 직관하지 못한 필자는 더욱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노심초사 기다린 라이징스타와 앙상블 콘서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체적인 따뜻한 느낌과 잔잔함이 연주 홀을 찾은 관객들을 편안하게 하는듯했다. 마지막 목관 5중주의 조화로움과 아기자기함은 마치 꽃망울이 터질 듯 말듯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여름 시즌을 준비하는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테마인 작곡 콩쿠르는 새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봄의 이미지에 걸맞게 제주의 향기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일회성 연주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주 단체에서 자주 연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모든 것이 새로 시작이다.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이젠 지나갔다고 봐도 될 것 같고, 길고 추웠던 겨울도 물러갔다. 516도로 타고 서귀포로 가다 보니 어느덧 곡선을 그린 나무들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새순이 돋아나는 모양이다. 벚꽃은 이미 만개한 지역도 있다. 계절의 화려함을 뽐낸다. 우리에게도 앞으로 화려한 시절이 있을 것이다. 아니 그간 고생에 비추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대한 작품은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위의 작곡 콩쿠르 결선에 오른 모든 작품 또한 그런 시간을 거쳐 탄생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지난 몇 년간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에게도 그런 멋진 작품이 기다리는 게 절대 과하지 않다.

이렇듯 제주국제관악제 봄 시즌, 봄을 여는 팡파르는 제주 도민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움트게 했다. 비록 여름 시즌처럼 폭넓게 도 전역에서 울려 퍼지지는 않았지만 모든 위대함이 작고 소소함에서 출발하듯 앞으로 펼쳐질 화려한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엔 분명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봄을 여는 팡파르, 이 화려한 봄의 교향악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재즈 콘서트의 아쉬움이 너무 컸다.

오승직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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