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첩]촛불지수

교문에 들어서면 맨 먼저 도서관으로 향한다. 거기에 가면 밝은 미래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 벽엔 「책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라는 표어가 이 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열람실에선 수 십 명의 어린이가 아침부터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진지하게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가슴이 벅차 오른다. 21세기 교육의 화두는 단연 독서이다. 양서는 우리들에게 말없이 가르쳐주고 지혜를 주는 영원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교육학자들은 인간능력의 대부분을 독서를 통해 계발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독서는 총체적인 인간교육이라는 것이다. 독서로 IQ(지능), EQ(정서), MQ(도덕), SQ(사회성) 능력을 종합적으로 계발하고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게 하는 것은 교육의 시작이요 목표인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곧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국가나 지방자치 차원에서의 행·재정적 지원은 물론 시설 자료의 확보, 독서운동의 전개 등 독서관련 환경조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이다. 지난 10월 18일 예래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 축제 한마당을 겸해서 예래 도서관 개관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사단법인 「좋은 책 읽기 가족모임(대표 김수연)」에서 3000권이나 되는 많은 책을 기증해 주셔서 도서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를 기념하는 글짓기 대회도 열어 입상자들에게 푸짐한 상품도 주어 독서의욕을 고취시켜 주신데 대하여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자리에는 마을 어른, 학부모님들께서도 많이 참석하여 개관 테이프를 끊었는데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 독서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책 읽기 가족 모임은 ‘좋은 책, 좋은 삶, 좋은 세상’을 표방으로 13년 전부터 사재를 들여 전국의 산간벽지나 섬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개설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는데 이번엔 우리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촛불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활동에서 봉사의 기쁨이나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봉사는 자기 희생이요,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다. 촛불은 봉사와 희생의 상징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봉사정신의 척도를 이른바 촛불지수라 명명하고 싶다. 데이비드 홉킨스 박사는 위인들의 봉사관련 의식수준을 지성과 감성으로 나누어 마음의 밝기를 측정하였는데 그 결과가 흥미를 끈다. 이를 0에서 1000룩스까지 수직선 좌표에 위인들을 대입했을 때 인간의 평균 룩스는 204, 과학 문명의 기원을 이룬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은 499룩스인데 비해 데레사 수녀는 600, 간디는 700을 받고 있다. 1000룩스는 단연 석가와 예수이다. 모든 인류에게 빛을 주고 자비와 사랑을 베푼 예수와 석가는 아마 1000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어둠이 있음으로 해서 빛을 발하는 것이므로 인간 세상에 명암이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 세상은 말이 아니다. 테러는 어떻고 정치 경제 사회는 어떤가. 신문 방송의 사회면을 들여다보면 빛보다는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요즘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한들 보릿고개만 하겠는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졸부들은 대부분 부의 축적에만 열을 올린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더욱 그렇다. 부나 권력을 통한 지배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뿐인가. 경제지상주의가 갈등을 조장하고 전쟁을 불러일으키며 빈부격차,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분명 빵과 물질만으론 살 수 없는 사회라고 규정한다. 행복을 보장하는 사회는 자연이 살아 숨쉬고 인정이 넘쳐흐르는 사회라야 한다는 것이다.갈수록 인정이 메말라가는 사회를 두고만 볼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촛불지수 1룩스만 높여도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촛불지수를 높이는 일, 그건 독서가 아닐런지!이경주/예래초등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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