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로(白露)를 넘기면서

그렇게나 폭염이 기승을 부려 몸과 마음까지 짜증스럽기도 했었는데 이젠 조석(朝夕)으로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민다.역시 절기는 어김이 없고 찌든 마음에 때를 벗기고 세속의 먼지를 털어준다.계절의 변화에 따라 삶은 변하고 변화와의 만남이 인생인 듯 싶다.보도에 의하면 심상찮은 고유가(高油價)로 에너지 뿐만 아니라 주가의 하락등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과 물가 급등, 빈부격차의 심화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의 악화에 대해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다.정부는 외환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큰소리 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때 보다 별로 나아진 게 없다.개인은 불안하고 기업들은 잔뜩 움추리고 있다. 이런 불안심리는 또 소비와 투자에 까지 영향을 미쳐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나타내고 있다.걸핏하면 기름값을 소비자나 기업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유통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수없이 많고 민생고는 아랑곳 없이 정치판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고 아옹다옹 입씨름만 거듭하고 있으니 하나 알고 둘 모르는 작태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한마디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표본이다.그러기에 옛 현자는 경고했다.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줄기만 남았을 때 비로소 봄, 여름에 무성하던 꽃이나 잎새가 한갓 헛된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것이라고…이제 정말 멈춰서서 우리의 소중함이, 진실함이 무엇인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이다.이문규/서귀포시 서홍동제230호(2000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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