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상 예보 유감

제주도는 무엇으로 사는가? 관광과 농업일 것이다. 정도나 규모, 종류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제주도를 먹여살리는 것이 관광과 농업이라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긴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신혼여행객 세상이고 국내 유일의 귤 생산지이다.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를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결코 한가해서가 아니다. 관광과 농업에 기대어 살면서도 정작 그 두가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상예보 시스템을 과연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다. 태풍이 제주도 남쪽 해상 수백 ㎞지점에 또아리를 틀때부터 기상예보 시스템에 비상이 걸려야 한다는 지극히 소박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비바람이 치고 뱃길이 끊긴 뒤에야 날씨 정보가 톱뉴스로 올라서는 안된다. 그나마 매시간 뉴스에서 보도하는 날씨 정보는 정말 웃기다. 단한번도 빼놓지 않고 기자가 서있는 위치는 제주항이다.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자는 자리 한번 바꾸지 않고 뱃길은 끊겼으나 항공편은 정상운행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농작물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로 리포트를 마친다. 거기에 덧붙여지는 거라곤 한라산, 성판악 등지의 가히 폭력에 가까운 강수량이다. 이는 도무지 관광과 농업으로 먹고 사는 지역의 기상정보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지 말자는 이야기다. 사람 한명 살지 않는 한라산, 성판악의 강수량을 시시각각 보도할 일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으로 현장취재를 가라는 말이다. 그저 피해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껍데기 뉴스만 보도할 게 아니라 풍속이 얼마고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이니 비닐하우스가 있는 농가에서는 어떤 식으로 조치를 하는 것이 좋은가를 보도하라는 말이다. 제주항에 비바람이 치고 산더미같은 파도가 일 때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곳도 부지기수인 지역이 바로 제주도이다. 과연 도내 몇 곳에서 기상 관측을 하고 있는가? 제주도에 제주시와 서귀포시와 성산포만 있는가?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수확량 감소는 제주도의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요소이다. 그뿐인가. 올해처럼 관광산업이 호조로 진행되다가도 이번 태풍기간동안 일본관광객 대거 취소소동이 일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제는 날씨 마케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도 전역의 날씨 상황을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오히려 그것을 관광이나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제주도내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비옷이나 우산에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루방이나 한라산, 설문대 할망 그림을 넣는 것도 아이디어다. 관광객은 그것을 제주도 여행에서 만난 느닷없는 비날씨와 함께 소중한 기념품으로 간직할 것이다. 지방정부 부담으로 준비해서 관광객에게 빌려주고 공항이나 선박 터미널 등에서 반납하게 하는 투자도 상당히 의미있는 마케팅 전략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습적으로 태풍 피해나 호우 피해를 입는 지역의 비닐하우스 구조나 자재가 다른 지역과 같아서는 안될 것이다. 태풍이 불건 비가 쏟아지건 그건 하늘의 뜻이다. 그 하늘의 뜻을 미루어 추측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은 인간의 슬기일 것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 제주도의 생명줄을 지켜나가는 슬기로운 기상예보를 기대한다.조선희/남군 표선면 토산리 제230호(2000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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