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65>

도심지의 시민 외교관크리스마스를 눈앞에 둔 오클랜드는 쇼핑 나온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무척 붐비고 있다. 특히 번화가인 퀸 스트리트의 인파는 서울의 복잡한 중심가 못지 않다. 그런데, 이 거리를 지나다 보면 밝은 노란 조끼에 빨간 소매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칫 환경미화원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 그들은 오클랜드의 시민 외교관(Auckland City Ambassadors)으로서 방문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오클랜드시가 1999년 아메리카컵이라는 유명한 요트 경기를 개최할 때,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시작한 이 제도는 원래 이 경기기간만 운영하기로 했다가 좋은 반응에 힘입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시청 중심으로 이 제도가 운영되지만, 그 뒤에는 스카이시티라는 유명한 카지노 호텔과 버스회사 등 일반 회사들이 스폰서가 돼주고 있다. 이 시민 외교관들의 임무를 보면 크게 셋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오클랜드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는 관광명소, 음식점, 쇼핑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시내를 방문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버스와 정기 운항선(페리)의 시간운영 뿐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셋째, 오클랜드에서 사업을 하거나 사업차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오클랜드 시를 깨끗이 유지함으로써 사업의 원활함을 돕고자 한다. 예를 들어 거리의 사인이나 도로나 인도가 파손 됐을 경우 빨리 시에 보고해 신속히 수리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시민 외교관들을 관리하고 있는 시청 담당자 앤 매리 존슨의 말에 의하면 이 시민 외교관들이 하는 일이 여기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며칠 전에는 부모를 잃어버린 어린이를 발견해 부모를 찾아 주었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발견 됐을 경우는 경찰에게 연락하는 등의 일을 하면서 밝은 시를 만드는데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 오클랜드에는 10명의 시민 외교관이 활동하고 있다. 4명은 고정직이고, 6명은 여름동안만 활동한다고 한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내 중심 가에 두루 퍼져서 활동하는 노란 조끼의 외교관들은 오클랜드시의 숨어있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왼손에는 지도와 버스 시간표, 오른손에는 관광 안내책자, 호주머니에는 핸드폰으로 무장된 시민 외교관이 있는 한 오클랜드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여행은 더욱 즐거우리라 생각된다. 제295호(2001년 12월 28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