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은 권언유착을 청산하는 과

[신년 특별대담/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서귀포신문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서귀포를 방문한 노무현 전 해양수산부장관(민주당 상임고문)과 김원범 본지 발행인이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그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언론개혁에 가장 관심과 활동이 많은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에 노무현 전 장관과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대담에서는 현재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 언론개혁과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편집자주>▶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그리고 제주에는 자주 오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제주방문의 목적은?=요즘은 주로 정책현안들에 대해서 전문가들과 의견을 구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으며, 또한 최근 민주당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개혁, 정당개혁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제주 방문도 제주도민과 당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을 들어보려 합니다. ▶평소 언론개혁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시게 된 동기는?=이전부터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사의 악의적인 기사와 관련하여 92년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천만원의 원고승소 판결을 받아낸 이후 언론에 대해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현재 일부 언론은 우리사회의 변화를 부당한 방법으로 저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그래서 스스로 제왕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매시기 정권의 향방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않는 정권은 아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가며 비판하는 이런 수준까지 가버렸습니다. 언론이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언론에 대한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의 전부가 아니고 권언유착을 청산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언론개혁에서 더 이상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없습니다. 정치권도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여론조성을 할 수는 있지만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제 언론개혁은 국민여론으로 하는 것입니다. 제도개혁 입법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사주가 갖고 있는 인사편집권을 기자들, 언론 종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언론자유를 사주의 자유에서 기자의 자유로 돌려주는 것이 언론개혁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언론개혁과 관련해서 지역신문의 현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역신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언론개혁과 관련해서 지역신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몇몇 중앙언론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중앙일간지 중심의 언론체계는 너무나 큰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중앙언론을 개혁한다고 해도 지역의 입장을 대변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역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은 풀뿌리 언론매체인 지역언론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신문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영측면에서도 그렇고 지역주민들의 의식이나 법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잘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최근의 우리나라 정치문제를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냉소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그렇습니다. 최근 일련의 정치행태를 보면 국민 여러분께서 짜증스러울 것입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너무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희 당에서는 정치개혁, 특히 정당개혁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선출에 참여하게되고,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지게 되고 당의 재정이 투명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정치가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정치라는 것은 현실의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자체는 권력 투쟁이고, 정치가 다루는 일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정치가 다루는 거 자체가 남의 이해관계 싸움에 조정과정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치열하고 그 안에 많은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개입의 과정에서 한국정치가 짜증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룰과 심판이 제대로 안되어 있고 페어플레이가 아주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거가 일종의 심판인데 정치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지역감정으로 선택하니까, 결국 게임을 잘했다고 점수를 주는 게 아니고 다른 이유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짜증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질 겁니다. ▶이제 제주도의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현재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제자유도시 문제입니다. 이는 제주도민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대 격변을 불러일으킬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논의에서 제주도민은 제외되고 중앙행정부처와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되었다는 불만도 팽배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문제에 대한 생각은?=국제자유도시 문제와 관련해서 투자재원문제, 도민참여활성화 문제, 환경훼손문제 등 제주도민 여러분께서 많은 걱정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진주체 및 구성원간의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 제주도, 지역시민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좀 더 많은 논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런 과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국제자유도시가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시설의 조기확충이 시급하므로 공공재원 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큰 그릇만 만들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그릇 속에 어떤 것을 담느냐, 그리고 어떻게 담느냐, 누가 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제주도민들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제주도민들은 감귤산업의 심각한 하락과 함께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입니다. 혹시 여러 측면에서 제주도의 발전에 대한 나름대로의 청사진이나 소신이 있으신지?=우선 국제자유도시 추진이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감귤산업의 경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생산과 유통의 문제입니다. 구조적 과잉생산의 문제와 유통 설비 규격화, 유통조직의 체계화 등 유통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서귀포에서도 2002 월드컵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주민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제주도 특히 서귀포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월드컵경기와 지역발전에 대해 혹시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제주도와 서귀포시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지역 기업과 관광자원 등에 대한 홍보효과 등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입니다. 문제는 이 월드컵을 계기로 사후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효과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후에 경기장 활용을 어떻게 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신상에 관해 질문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운동권출신들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똑같아 진다고 비판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상임고문님에 대해서 여전히 이전의 운동권적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시는 자신의 컬러랄까 소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90년 1월 3당합당을 할 때, 정치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따라가야 한다는 온갖 회유와 압력이 있었습니다. 사실 눈 한번 질끈 감고 ‘예’하며 따라갈 수도 있었습니다. 재선, 3선은 물론 더 큰 정치적 성취가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비호남권 야당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과의 약속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 신뢰에 등을 돌리면 국민들은 정치에 등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뢰의 정치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탈하게 대화를 이끌어주셔서 저희 마음도 편안해 집니다. 새해에는 모든 일이 다 잘되시기를 바라며, 특히 언론개혁운동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제295호(2002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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