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지치다, 짜증난다’

[지나치기 쉬운 마음의 병 ‘우울증’]시내 모고교 1년생인 강모(18)군은 요즘 부쩍 짜증이 늘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입에는 ‘지치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한때는 좋아하는 농구팀의 경기는 녹화를 해서라도 꼭 보곤 했던 강군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좋아하는 농구도 흥미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버겹기만 하고 하루종일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제 고 2인데 어쩔래?’라는 말만 들으라치면 버럭 화부터 나고 초조한 기분에 안절부절 못한다. 강군의 예처럼 마음이 앓는 병인 우울증은 사람들에게서 살고자 하는 의욕을 앗아가고 세상사는 ‘맛’을 잃게 해 심할 경우 죽음에 까지 이르게하는 병이다. 우울증은 그때 그때 감정에 따라 생각이 따라 변해 결국에는 현실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병으로 일시적인 우울감으로만 판단해 그냥 지나치기가 쉬운 ‘마음의 병’이다. 그러나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겨울철이 되기전 독감 예방주사를 통해 병을 예방하듯이 우울증도 일시적인 우울감만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병이다. 특히 인격구조가 아직 미숙하고 초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는 다른 행동 즉 무단결석, 약물남용, 가출, 비행등 행동장애를 나타내는 경우(가면성 우울증)가 많아 부모님등 주변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전체 청소년의 6%이상이 기분저하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몸의 변화를 경험하는 청소년기의 우울증 특히 우울감이 식욕증가, 수면증가등 반대의 상황으로 나타나는 가면성 우울증인 경우에는 주변에서 판단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학습장애, 약물남용, 행동장애등의 합병증을 수반할 가능성이 농후해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청소년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로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하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급격한 몸의 변화와 자기정체성에 대한 의문, 부모로부터 독립코자 하는 욕구등 변화가 많은 청소년기의 우울감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될 소지가 높을 뿐더러 회복되더라도 재발이 여지가 높아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반항적인 청소년기를 통과하는 하나의 절차로서 간과하기 쉬운 우울감을 조기발견해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나승규 서귀포시청소년상담실 상담부장은 “청소년들은 기분의 변화를 주요한 문제로 생각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때까지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우울증은 신체적 통증, 행동문제, 학교등교거부등 외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성인의 우울증과는 다르게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우울하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고 ‘피곤하다, 지치다, 짜쯩난다’라는 말로 돌려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교사나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해 평상시와는 다르게 폭식을 하거나 잠이 많아지는 경우, 짜증을 내는 말을 자주 하는 경우,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우울증을 한번 의심해 보는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청소년기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한쪽 부모가 우울증일 때 2배, 양쪽 부모가 우울증일 때 4배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적인 요인과 부모 갈등, 이혼, 소아학대등의 원인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른 치료책으로는 가출이나 등교거부, 자살기도등 위험시에는 병원에 입원치료하거나 개인정신치료로서 인지치료, 사회기술훈련등이 있다. 특히 청소년기 우울증은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구성원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치료가 병행되면 그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인터뷰/박용한 박정신과 원장>‘우울증은 뇌가 않는 독감’“정신병이란 현실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으로 우울증도 정신병의 범주에 속한다”박용한 박정신과원장은 우울증을 ‘뇌가 앓고 있는 독감’이라고 못 박았다. 마음의 병도 뇌의 질병이므로 적절한 치료책이 요구된다는 박원장은 청소년기우울증인 경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 주면 완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족과의 잦은 마찰, 가출, 알콜, 약물남용, 비행, 흥미상실등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이는 청소년기 우울증인 경우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청소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사건등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일, 과거에 집착하는 행위,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등이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청소년들의 잘못된 주요 인지기능으로 특히 청소년인 경우 인지치료를 통해 우울증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선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결석이나 성적저하등 우울증상을 유심히 관찰해 상담기능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순간의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알콜의 힘을 빌리는 것은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일로 동아리 활동등 관심분야를 찾아나서는 일이 바람직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인터뷰/나승규 서귀포시청소년상담실 상담부장>비행기저에 우울감 자리“스스로 찾아오든 아니면 부모손에 이끌려 찾아오든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비행청소년들의 행동기저에는 우울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나승규 서귀포시청소년상담실 상담부장. 나부장은 최근 부모상담학술대회에서 청소년기 우울증의 원인과 대처방안을 주제로한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가면우울증인 경우 인지치료와 함께 가족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나부장은 상담실내에 부모심리상담 및 카운슬러 초급/중급과정등을 개설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우울감을 그저 ‘피곤하다, 지치다’로 다르게 표현하고 주요 증상도 우울한 기분과는 다르게 과격하게 표현되는 가면성우울증의 특성을 보이고 있어 청소년들의 행동변화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중독, 알콜중독등 이른바 중독성향을 보이는 대다수의 청소년인 경우 마음깊은 곳에 우울감이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나부장은 서귀포청소년상담실은 다양한 심리검사와 프로그램일 개설해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오는 2월경 가동될 예정인 청소년사이버 고민피아상담실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제297호(2002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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