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정치적 기능 강화해야

[책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 펴낸 장호순 교수]지역신문 비전 풍부도전과 열정 필요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는 열정적이다. 다른 학자보다 비교적 많은 관심을 보여온 ‘작은 언론’을 말할 때 장교수의 목소리에는 특히 열정이 실려 있는 것 같다. 최근 어느 언론학교 강의평가서에는 명성높은 강의자들을 제치고 최고수준인 별다섯개의 인기를 받았다. 이같은 인기는 역시 장교수의 열정적 강의에 기인한 것이리라. 18일 오후 지역신문 회원사를 방문하기 위해 들른 천안에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장 교수와의 만남을 시도했다. 충남 아산시 외암리 민속마을 한복판을 거쳐 농로를 따라 차로 약 3분 걸려 올라간 자택은 아담한 시골마을과 잘 어울리는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지역신문에 대한 전망부터 물어봤다. 장교수는 ‘비전있다’는 한마디로 잘라말한다. 꿈과 희망, 전망, 가능성 등으로 해석되는 ‘비전’이라는 말 속에는 도전정신과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을 함의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가능성이나 전망있다는 말처럼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고 또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앙’에 치우쳐 있어 지역신문을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많은 지역신문들이 현재 생존의 조건에 있어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니 비전이라는 말로 그렇게 쉽게 현실을 전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장교수는 이에 대해 “지역신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원과 노력을 갖춰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장교수의 설명으로는 그동안의 지역 불균형발전에 대한 불만들이 갈수록 표면화될 것이고 그런 것들이 우리 현대사에 있어 지금까지는 지역감정으로 왜곡돼 분출되는 바람에 현실에 가려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앙과 지역간 불균형과 불만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주민들간 지역언론매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특히 지역뉴스를 다루는 신문의 존재를 지역주민들이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신문의 입장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지역신문의 발전 모델에 차이가 있고 따라서 보다 더 장기적이고 정교한 사업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생활정보신문이 공격적으로 광고시장을 침식하는 현상, 중앙언론 위주의 뉴스공급과 이들 매체에 의존하는 독자들의 편향된 시각, 이에 따른 독자확보의 문제점 등에서 생기는 지역 저널리즘의 위기와 지역신문의 생존의 위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단순한 비전이라는 말로는 이들 현상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광고부터 말씀드리자면 생활정보지와는 차별화된 광고시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현재 지역내 GNP의 1%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광고시장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광고시장 파이를 키워 새로운 형태의 광고시장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싼 가격에 브랜드 품질도 떨어지는 생활정보형 시장에 매달리기보다는 고급독자와 브랜드 위주의 고급 광고시장을 지향하는 독자와 광고주가 있으며 지역신문은 이런 시장들을 새롭게 개척해 나아가야 성장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지역 광고매체가 늘어난데 대해 우려하기 보다는 이들 현실을 발빠르게 인식해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힘(안정적 자본확보와 인력(충원 시스템과 고급인력 확보))과 기술(편집과 판매 광고 등)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안정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몇몇 성공적 신문에 대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독자층과 신문제작진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점, 매너리즘에 빠져 일부 계층만 접촉하게 되는 사례를 우려하기도 했다.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일침했다. 실제 일부 신문은 40~50대가 주 독자층이지만 20~30대를 위한 지면은 전혀 없어 지역의 세대교체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이 있고보면 장교수의 비판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쓴 약이다. 지역신문의 소유형태나 독자들이 대하는 지역신문의 위상들에 대해서도 장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요약한다. 시민주나 개인 소유, 법인의 형태 등 다양한 지역신문사 모델이 있지만 언론에 대한 외부압력에 대해서는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하고 독자나 지역환경 제작진에 따라 지역적 편향성이 있기 때문에 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신문의 경우라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장교수의 설명. 결국 다양한 시도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급인력 확보와 언론의 건강성, 최소한의 투자시간을 거쳐야 제대로 된 지역신문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도 곁들인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지방자치 선거로 이어졌다. 장교수는 “지역신문의 정치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후보자를 검증하고 선거과정을 감시하고 선거 의제를 발굴, 제시해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심으로서 지역언론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장교수의 설명이다. 지역신문이 선거과정에 철저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언론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중앙언론의 보도관행과 다르게 지역신문은 나름의 보도기능을 위한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수행해야 할 것도 주문했다. 지자체 선거에서 지역신문 때문에 지역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수 있도록 준비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장교수는 “의제를 발굴하고 후보자에게 제시해 선거과정에 이를 보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역신문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줄 수 있는 말을 부탁하자 다시 예의 비전을 다시 꺼냈다. 장교수는 “지역신문은 언론개혁의 한 중요한 중심축이고 지역신문의 성공이야말로 우리나라 언론형태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비전은 역시 “도전정신과 열정”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펴낸 ‘작은언론이 희망이다’(개마고원)라는 책에 대해 장교수는 “중앙언론에 치우쳐 있어 지역신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침서 역할이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지역신문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책이라는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언론이 왜곡된 현실에서 최소한 지역을 이해하는데서 우리 언론이 출발해야 함을 장교수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다시 장교수는 지역언론인들에게 계속 묻고 싶었을 것이다. “과연 작은 언론이 희망인가? 희망이 있다면 그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고 말이다. 조대기 기자/바른지역언론연대제298호(2002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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