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첩]오름이 주는 선물

전일제 클럽활동 시간에 안덕면 창천리에 있는 군산을 탐사하였다. 이번 탐사에는 오름탐사반 뿐만 아니라 청소년연맹, 걸스카우트, RCY가 참가하여 인원이 60여명 정도 되었다. 오름 탐사반 학생들은 인원도 적고, 여러 번 탐사했었기 때문에 오름탐사에 익숙하여 나보다 앞서서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능선에 있는 길을 따라 동쪽 정상을 보면서 곧바로 가는 길이 있으니 뒤쪽에서 처지는 다른 반 학생을 위해서 천천히 오르고, 뒤가 안보이면 그 자리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어라”라고 지시하였다. 오름탐사반 학생들은 계속 앞서나가고 내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상적인 길을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쯤 정상에 있어야 할 텐데’ 앞서 간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계곡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디로 간 거야? 10분 정도면 쉽게 정상에 도달할텐데’ 길을 잃어버려도 내려올 수 있지만 계곡 속에서 많이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름탐사반 반장 이름을 부르면서 위치 확인을 하였다. 그러나 위치 확인은 안되고 계곡 쪽에서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어쩔 수 없이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을 나두고 학생들이 간 길을 따라갔다. 한참 후 계곡 속에 있을 때 정상에서 “선생님 빨리 올라오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계곡을 돌아 서쪽 능선을 따라 올라간 것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정상 바로 직전 서쪽 능선까지 올라가서 뒤 처진 학생들을 인도하였다. 모두 무사히 정상에 도달하자 먼저 올라온 학생들에게 말했다. “단체행동은 서로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목적인데, 이번 경우는 쉽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앞서간 학생들이 뒤따라오는 학생들에 대한 확인도 없이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되고, 숲 속에서 힘든 고생을 하였다. 이것은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준 것이다. 또한 너희들이나 나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이번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단체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 중문 지삿개로부터 산방산을 걸쳐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제주의 해안선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학생들에게 어렵게 고생하여 얻은 보람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었다.내려올 때는 처음 내가 계획했던 길로 쉽게 내려와서 오름탐사를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이번 탐사는 다른 오름탐사 보다 고생은 되었지만 더욱더 서로 협력하고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제주도에는 3백개가 넘는 많은 오름이 있다. 오름을 올라갈 때마다 시야에 펼쳐지는 제주의 모습과 그 오름 분화구에 대한 느낌이 나를 오름에 푹 빠지게 만들었고, 새로운 것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느낌들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작년부터 클럽활동 ‘오름탐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서귀포지역과 남제주군에 있는 오름들을 연간 탐사계획을 세워 학생들과 함께 탐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오름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오름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오름을 통해 제주인의 삶과 환경에 대한 애착을 느끼며 우리가 후손에게 남겨줄 아름다운 가치를 마음속에 갖게 하는 것이다.고성원/효돈중 교사제231호(2000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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