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한 한지붕 두 가족

행정의 일관성은 중요하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계획을 주민들에게 미리 알렸기 때문이다.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면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에 따라 행정이 하는 일에 주민들이 따라가 주지 않게 된다.서귀포시는 지난해에 당초 노인복지회관 건립 부지로 예정됐던 동홍동 소재 4천8백여평 부지를 문화예술의 전당 부지로 변경, 시민들 및 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시당국은 동홍동 부지가 노인복지회관과 게이트볼장 등을 갖추기에 협소하기 때문에 장소를 변경하겠다는 앞뒤 맞지 않는 논리를 폈었다. 하지만 의회와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결국에는 노인복지회관 부지로 최종 결말났고 예술의 전당 부지는 현재까지 확정하지 못한채 시간만 보내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서귀포시가 하나의 부지에 기능이 판이하게 다른 스포츠센터와 도서관이라는 두개의 기관을 같은 건물에 입주시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문지역에서 추진하고 있어 사람들을 어리둥절 하게 하고 있다. 행정과와 문화공보실이 서로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한채 동일한 부지에 스포츠센터와 도서관을 짓겠다고 신경전울 벌이다 이제는 두 기관을 동일 건물에 입주시킨다는 기발한 합의를 이끌어 낸것이다. 스포츠센터의 경우에는 수영장 등 주민편의 시설과 함께 1천석 정도의 체육공간을 마련, 실내경기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차분함과 정숙함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도서관은 그야말로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체육대회 기간 중에 도서관 기능은 사라질 것이고 이에 더해 그곳은 이미 독서를 하는데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심어져 유명무실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의 건물에서 한번은 체육대회를 하고 한번은 독서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두마리의 토끼를 놓치기가 쉽다는 점이다. 하나의 건물에 요란함을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센터와 정숙함을 중시하는 도서관이 들어서는 계획은 행정력과 예산이 더 낭비되기 전에 포기해야 마땅하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인 만큼 부지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땅한 부지가 없다면 사유지와 교환하는 일도 생각해 볼 일이다. 처음부터 한지붕 두 가족이 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제232호(2000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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