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한국농아인협회 서귀포지부

수화만으로는 마음 나누지 못해화장기없는 얼굴에 차분함이 돋보이는 이민정(32)씨는 한국농아인협회 서귀포지부 기획과 대리다.한해동안 협회의 사업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진행하는 일을 하는 이씨는 지난 2001년 협회내 사무실에 문을 연 수화통역센터의 수화통역사로도 활동하고 있다.이씨가 농아인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재작년 가을. 협회가 운영하는 수화교실을 통해 수화를 배운게 계기가 돼 농아인협회 실무자로서 근무하게 됐다는 이씨는 초반에는 농아인들과 ‘대화통로부재’로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수화교실 과정을 이수했다고는 하나 농아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1년여가 지나면서 수화통역을 할 수 있을정도로 실력을 키운 이씨에게 초반 몇달간의 시간은 ‘지독한 외로움’의 시간이었다.이시간 동안 농아인들과 사회의 단절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는 이씨는 수화를 배운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농아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없다고 강조했다.또다른 언어표현인 수화가 다른 여느 언어와 마찬가지로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울뿐만 아니라 농아인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 ‘함께 해나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는 것이다.물론 농아인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화실력을 갖춘 비장애인들도 필요하지만 수화를 배우는게 한순간 봉사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농아인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 할 사람이 절실하다는 이씨는 농아인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한 농아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두아이를 둔 주부로서 지난해 두달간 육아문제로 휴직했었다는 이씨는 그 시간이 영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나보다.이씨는 올한해 회원가정방문을 꾸준히 전개해 회원들의 애로점에 귀기울이고 협회의 내실을 키우는 한해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수화 한문장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이씨는 주저없이 ‘사랑합니다’라고 손동작을 지어보였다.입을 통해 뱉어지는 백번의 말보다도 마음을 담아 손으로 표현되기에 더욱 인상적인 말 ‘사랑합니다’였다.제305호(2002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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