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매맞고 있을 부인과 어린

'가정폭력' 우리가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는 사이 <사례하나>김모씨 아버지는 부인에게 칼을 들이대는 폭력을 서슴치 않는다. 칼을 들이대 위협하고 목에다 칼을 들이밀고 찌르는 흉내도 낸다. 배를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장이 파열돼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순히 부부싸움이라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사례 둘> 한 중학교 여학생은 가정폭력 집안에 살고 있다. 가족들이 사소한 잘못으로 아버지의 신경을 거슬리면 그 가족은 죽도록 맞는날이 된다.사소한 이유지만 기분이 상했다고 하면 싱크대로 가 칼을 잡는 것을 예사로 한다.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정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지난달 25일에도 성산읍에서 부부싸움도중 부인이 두부 타박상과 가슴 통증으로 실신해 119 구급대에 의해 제주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례도 있었다.위와같은 가정폭력이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가 단순한 부부싸움이라고 방관하는 사이 이웃 어디에서 아내와 아동들이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우리 주위를 조금만 관심있게 둘러본다면 가정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할수 있다.가정 구성원 사이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자가 힘과 폭력으로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가정폭력.가정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정폭력 수준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대부분의 가정폭력 유형이 물건을 집히는대로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목을 조르거나 칼을 들이대 찌르고 가스통을 들고와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등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허리띠, 회칼, 깨진병, 각목, 쇠막대기등 무엇이든 흉기가 된다.여기에 남편이 상대방을 때리면서 자해를 해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가정폭력으로 고막이 터지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코뼈가 부러지거나 심하면 생명이 위험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한다.신체적 폭력과 함께 경제적, 정신적 학대도 가정폭력의 또다른 유형. 부인이 남편에게 경제적인 의존을 해야하는 경우 남편이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이나 과거 트집잡기, 술마시고 공포분위기 조성, 성적학대, 아내를 직접 때리지는 않고 자녀를 구타해 괴롭히는 자녀학대 등이 정신적 학대 범주에 포함된다.모자보호시설인 한빛여성의 쉼터가 조사한 가정폭력의 유형을 보면 1백91건의 물리적 학대중 발과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가 1백6건으로 가장 많았고 물건을 던지고 부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괴롭히는 사례도 14건으로 집계됐다. 칼이나 병, 각목등 흉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10건으로 나타났다. 심한욕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과거 트집잡기등 정신적 학대도 53건으로 조사됐다.학대원인으로는 주벽과 도박이 51건으로 가정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 알콜중독이고 평소에는 소심해 말이 없다가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난폭함, 결벽증, 열등감, 정신병적인 성격장애인 이상성격과 부인을 의심하며 괴롭히는 의처증이 각각 43건과 35건으로 정신지도가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재산을 안물려준다거나 노름 돈을 안준다는 경제적 이유 15건, 외도 12건, 시부모 및 형제갈등이 4건으로 집계됐다.문제는 이런 가정폭력이 주위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가정폭력을 피해 한빛여성의 쉼터를 거쳐간 여성은 이곳이 문을 연 99년 3월이후 지금까지 3백49명에 이른다. 지금도 14명의 아내와 4명의 아동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빛여성의 쉼터가 비교적 정도가 심한 폭력 때문에 찾는 곳으로 도내에서도 가정폭력이 결코 무시해 넘겨버릴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2000년 문을 연 서귀포가정폭력상담소에도 지난 한해 가정폭력으로 1백49건의 상담전화를 받았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수치심은 이들이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심각하다. 남편과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싶은 욕구가 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한데 대한 고통과 함께 사회적 편견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여성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사회적 편견과 시부모들이 며느리편을 들기보다 자식 성질을 맞추지 못했다는 핀잔도 문제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한빛여성의 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등으로 정서장애와 함께 굴욕감, 무기력에 빠져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가정내 문제로만 인식되고 있고 피해자들이 주변이목이나 보복이 두려워 폭력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드러나는 가정폭력 사건은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특히 가정폭력은 청소년등 자녀들이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자녀들은 또다시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경험한 가정폭력을 기억에서 쉽게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귀포가정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상담과정에서 아버지가 죽도록 밉다고 상담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들은 신문등 언론에서 자녀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기사를 보면 자기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는 호소를 가끔 접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들은 가정에서 폭력을 학습하는 결과를 낳아 결혼후 가정폭력을 대물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빨리 폭력 가정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가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출청소년들의 70~90%가 가정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고 이들은 가정폭력 문제를 피해버리기 위해 가출을 선택하고 있어 또다른 청소년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가족 구성원 모두가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피해여성들의 능동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마음을 모질게 먹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폭력남편을 둔 아내 상당수가 남편을 신고하고도 나중에 남편을 변호하는등 가정폭력이 반복되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서귀포가정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는 한편 파출소나 가정폭력상담, 피해보호시설등의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도움을 청하는게 현명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또한 폭력이 행해지면 신속하게 피하고 이웃이나 경찰을 부르거나 법적대응을 위한 증거확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하지만 무엇보다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힘의 우위에 있는 남편이 약자인 아내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는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부추기고 여성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는 편견과 여성을 무시하고 경시하는 문화가 가정폭력을 부추기고 있다.한빛여성의 쉼터관계자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교육등 사회프로그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제307호(2002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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