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성중의 문화엿보기<3>

음식 문화 엿보기“그 사람들 까다롭데이…” 부산 서면의 한 외국어 학원 앞에서 천오백원하는 계란야채샌드위치를 파는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께서 필자에게 한 말이다. 그 샌드위치에는 식빵사이에 계란 프라이와 생 양배추와 당근을 채썰어서 케찹을 뿌리는게 전부인데 미국인 영어강사들은 말도 안통하는데도 이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손짓발짓으로 샌드위치를 다양하게 주문하니 꽤나 혼나신 모양이었다.우리나라에서의 주문문화는 짧고 일관돼 있다. 야채 샌드위치는 야채 샌드위치 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제주도 최고의 호텔중 하나인 신라호텔에서도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시킬때 필자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 뿐이었다. 필자가 미국의 일반 식당에서 주문했으면 아마도 하얀 빵 대신에 통밀 빵으로, 프라이드 포테이토 대신에는 삶은 야채로 대신 할 수 있었을 것이다.같이 주문했던 일반 콜라도 칼로리가 없는 다이어트 콜라에서 카페인이 없는 콜라까지 거기에다가 레몬이나 라임 조각을 선택해서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이렇게 서양에서는 음식의 재료와 요리의 선택권이 손님에게 많이 있기 때문에 식당의 경영자와 요리사는 항상 손님들의 취향과 기호를 빨리 알 수 있고 손님들은 자기가 내는 돈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유학 초기에 영어도 서툴고 이 주문 문화에 익숙하지 못했을 때는 자꾸 종업원이 여러가지를 물어볼 때는 귀찮았지만,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하루 식단을 조절할 수 있고 식당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게 꽤 설득력 있게 보였다.이러한 서양의 주문문화로 필자는 그들이 갖고있는 일반적인 사고, 즉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의 야채 샌드위치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수십가지의 야채샌드위치가 그들의 문화속에 항상 존재한디.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가 최고의 샌드위치가 된거고 찾을 수 없다면 다르게 주문하면서 또 다른 야채 샌드위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정답과 선택권은 존재한다.제232호(2000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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