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89>

보는 요리, 하는 요리한 시장 조사를 하는 회사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반인들의 하루 평균 요리시간이 20분이라고 한다. 평균 요리시간이 한시간이였던 20년 전에 비하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영국, 미국 등 독신 직장 남녀가 많은 나라들 얘기리라. 또,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나라에서 ‘요리 쇼(Cooking Show)’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한국에서 요리 쇼라는 것은 아침 방송 마지막쯤에 어머니들을 위해서 가족들의 건강식을 준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 인기가 높은 요리 쇼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말 그대로 쇼(Show)이다. 시청자가 요리사의 화려한 요리 솜씨뿐만 아닌 연기를 즐기면서 단순한 재료가 아름다운 요리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 음식의 맛을 상상하는 것이다. 영국 최고 인기 요리사인 니겔라 로슨(Nigella Lawson)은 특히 아름답고 섹시하기로 유명하다. 이 요리사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잘 다듬어진 손톱이 돋보이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그녀의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음식과 성(性)의 떼어 놀 수 없는 관계를 간접적으로 표출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더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벌거숭이 요리사(Naked Chef)’라는 TV프로그램의 주인공격인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는 곡예를 하는 것 같은 화려한 요리 동작으로 유명하다. 밀대를 자유자제로 돌리면서 쵸콜렛 덩어리를 팡팡 때리면서 가루로 만들 때는 보는 사람 속까지 시원해진다. 이 요리사는 항상 요리 준비 동작을 빠르고 재미있게 보여 주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요리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창조적 활동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방송 요리 프로그램이 발달한 나라들의 특징을 보면 사람들이 요리에 투자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TV 보는 시간에 요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독신 직장인들이 자신만을 위해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어 음식을 만드는 등, 저녁한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는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에 자신의 여가생활이나 개발을 위한 활동에 투자 할 것이다. 결국, 이런 생활 패턴이 즉석음식 시장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서 영국 단독으로만 약 2조원(2001년)이 넘는 즉석음식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이 시장은 2000년도 보다 16%나 증가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즉석음식이 인기가 높지 않고,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식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영국이나 미국에서 특히 즉석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냉동 음식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저녁으로 먹는다. 글쎄, 그 음식이 영양적으로 균형이 있다고 해도 음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랑’이 빠졌는데 건강에 좋을지 의심스럽다. 음식의 참 맛이란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정성과 사랑인데 현대 생활이 그 사랑을 빼앗아가고 있다면 이것을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제318호(2002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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