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북녘 땅을 보고 와서…<

대형동상, 각종 조형물 즐비강풍으로 천지 등반 못해 아쉬워<지난호에서 계속됨>5월 12일(제 3일째). 새벽 4시에 기상하여 5시 식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배급받고, 방한복과 비옷을 준비하고 공항으로 향했다.한반도 최고봉이요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 오른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항에 도착. 간편한 심사를 받고 고려 항공 7618호, 자리표(항공권) 17F 창가였다. 잠시후 청천강 유역이 시야에 들어오고 역시 붉은 산야가 펼쳐졌다. 삼지연 공항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전개되었다. 기내에 오르면서 여승무원에게 신문을 부탁하니까, “예. 봉사하가시요”라는 대답은 있었으나 가져오지는 않았다.약 1시간 소요, 삼지연 비행장에 착륙했다. 활주로는 시멘트 포장인데 패인 곳이 많이 있어 착륙 시에는 매우 흔들림이 심했고 공항 청사는 시골 간이역사를 방불할 만큼 작은 규모에 구식 화장실(위생실) 건물 이외에는 주위에는 아무 건물도 없었으며 고원지대라 매우 추웠다. 소형 버스에 분승하여 삼지연읍을 우회하여 약 1백리 길을 왔건만 주위에 사람은 별로 없었으며 통나무 움막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어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림산사업소”라 하였다. 이깔나무, 자작나무, 각종 침엽수해를 지나 관목이 덮여 있는 고지대로 들어서자 쌓인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는 하차하여 천지를 눈앞에 두고 등산을 시도하였으나 초속 18m의 강풍과 눈보라로 인하여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인민군 병사들의 경비 초소를 뒤로하고 하산 길로 내려오다가 중간지점 대각봉 밀영지 부근에서 소주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하고 내려오는 차 중에서 단군 할아버지가 남녘 끝에서 올라온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나는 마이크를 잡고 매우 섭섭하다는 말과 천지물 한 병 가져다 조상님 제사상에 올리려 했는데 누군가 음담을 해서 부정탄 것이 아니냐 하자 안내원은 그 곳에서는 육담(肉談)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40세의 여자 안내원은 적십자사에서 남북 이산가족 분야에서 일을 했던 경험으로 민화협으로 배정되었다고 하며 평양의대를 졸업한 의사로써 두 아이의 어머니라고 하였다. 그에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하여 노래를 한 곡 부탁했더니, ‘아리랑’, ‘우리는 하나’라는 두 곡을 불렀는데 별로 정치성이 없는 것 같아서 소개해 본다.1. 백두에서 한라로 우리는 하나의 겨레 헤어져서 얼마나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2. 부모형제 애타게 서로 찾고 부르며 통일아 오너라 불러 또한 몇 해였던가?3.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가도 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의 날 다시 만나요.후렴)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다시 마이크를 잡은 나는 30년대 민족의 한과 설움과 눈물을 표현한 ‘목표의 눈물’을 위시하여 4곡 그리고 ‘서귀포를 아시나요’ 등을 불렀다. 압록강의 발원지를 옆으로 끼고 내려오다 원시 밀림지대에 들어선 우리는 1942년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하는 생가를 보았다. 역시 골짜기 끝자락 좋은 위치에 통나무집을 지어 놓고 그 안에 가구 몇개 놓고 김정일의 생가라는 것이며 그 뒤편 돌로 된 산벽에다 정일봉이라 새겨 놓았다.안내하는 여성들의 복장이 특이하였는데, 당시 항일 여성 유격대 복장이라고 하는 설명을 듣고 역사가 많이 왜곡됐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다음으로 도착한 삼지연 역시 김정일이 항일 유격 투쟁시 이곳에 주둔했었다고 하여 대형 동상, 각종 조형물이 즐비한 곳이다. 경관이 좋은 곳을 이런 식으로 많이 오염, 훼손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연못 옆에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께서 1972년 6월 3일 기념사진을 찍으신 곳’이라 쓰인 돌비석이 있어서 그 곳에서 나도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또 이곳에는 천출명장(天出名將)이란 수식어가 많이 보였다. 귀로에 삼지연 공항을 이륙후 비행장 잘 안보이는 곳에 군용기 편대가 집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내에서는 일행 허인옥 형님과 고랭지 농업에 관한 이야기 등을 들으며 공항에 도착. 어둠이 깔릴 무렵 호텔로 돌아왔다.<계속>이문웅/수필가 제318호(2002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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