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성중의 문화엿보기<5>

아침 산책길에서 생긴일장비(애완견)가 우리 식구가 된지 3년이 된 후로 아침 산책은 미국에서부터 항상 해온 하루의 일과이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우리 부부는 간단한 아침운동과 함께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고 장비는 그 동안 볼일을 보며 신선한 아침 공기를 즐긴다. 오늘 아침은 특별히 아내와 함께 우리의 애견 장비를 데리고 삼매봉으로 산책을 갔다. 서귀포에서 사는 동안에 아내에게 한번도 보여주질 못해서 오늘 아침 산책코스로 정했다.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항상 소풍을 왔던 곳이라서 아름다운 경치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삼매봉에 막 드러서기 전까지는. 계단으로 막 들어서는데 그 입구에 모자를 쓴 한 아저씨께서 우리 등뒤에서 갑자기 화를 내셨다. 개를 데리고 왜 공원에 가며 배설물을 처리도 안한다며 빨리 나가라고 흥분하셨다. 우리는 휴지를 보여주며 항상 깨끗하게 처리한다고 항상 갖고 다니는 휴지를 보여드렸지만, 관리원이라고 주장하시는 아저씨는 그걸로 우리가 땀을 닦는지 뭐하는지 알게 뭐냐며 우리를 믿으려 하지 않으셨다. 우리 가족은 화가 났다. 애견과 함께 공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그 관리원에게, 혹 그게 규정이라면 그 규정을 만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배설물을 치우지도 않는 무책임한 사람들에게도 화가 났다. 미국에서는 항상 자유롭게 장비와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줄을 메고 배설물을 줍는 규칙을 지키는 한 공원에서 애견과 산책하는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혹 애완 동물을 금지시켜야 하는 공원이 있다면 반드시 입구에 명시를 했기 때문에 착오가 없었다. 이 규칙은 공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반 길거리에서도 적용이 됐다. 하지만 여기 주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있는 개인데도 혼자 돌아다니는 개들을 보면 저러다가 교통사고 나서 죽는건 아닌지, 아니면 병이라도 걸려서 사람들에게 옮기는건 아닌지 불안하다. 게다가 장비와 길에서 산책할 때 쉽게 눈에 띄는 보기 흉한 배설물들을 보면 이건 개들이 아니라 그 주인들이 길거리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아침에도 장비와 산책을 나갈텐데 또 누군가 우리가 거리를 더럽힌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된다. 제234호(2000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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