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에게 마을을 묻다] 일과2리 문도경 이장
늦깎이 이장 생활…“임기내 지역환경 개선할 것”

▲ 문도경/ 일과2리 이장
여느 마을회관처럼 윤이 나지도 않다. 일과2리 회관 앞에는 아이 두엇이 공놀이를 한다. 주민들도 서성거림이 자연스럽다. 2월 27일 오후 이 소박한 마을에서 수장이자 대정읍이장협의회 회장인 문도경 이장(67)을 만났다.

“마을에 봉사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이장을 맡게 됐습니다. 환경도 깨끗이 만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요.”

문도경 이장은 평범한 농부다. 2007년에 들어서야 이장을 맡았다. 이장생활 3년째인 올해 대정읍이장협의회 회장직도 연임됐다. 이웃 이장들과는 나이가 십년 이상 차이가 나니 ‘늦깎이’ 리더인 셈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권력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나요? 그럴수록 더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해야지요.”

문 이장은 그래서 더 부담이란다. 나이에 맞게 온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는 “마을 이장이란 ‘명정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만큼 일이 많습니다. 제주어에 ‘여부록, 세부록’이란 말처럼 짬나는데로 부지런하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일과2리에서 문 이장은 나고 자랐다. 5대가 넘는 선조들이 이 마을에 터를 잡았다고 하니 역사에 대한 조예도 물론 깊다.

“마을은 150년 설촌 역사를 지녔습니다. 예부터 선조들은 일과리를 기준으로 서쪽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뜻에서 이곳을 ‘서림’(西林)이라 불렀지요. ‘서림물’이라 칭하던 용천수 중심으로 사람들이 정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어르신들이 행정구역상 명칭인 ‘일과2리’보다 ‘서림’이라는 말에 더 친숙하다고 덧붙인다. 특히 서림물은 산남에서 강정물만큼 알아줬다고 자랑한다. 백중 때에는 물맞으러 대정이나 한경 사람들까지도 왔다고 구전으로 전해온단다. 지금은 별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곳이 청청한 바다를 끼는 까닭에 경관이 제법이라는 문 이장. 다소 안타까운 점도 있다. “마을내에 양돈장과 양계장이 서른다섯 군데나 있어 악취가 진동합니다.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그는 국민소득이 1인당 2만 달러가 넘으면 응당 친환경적으로 마을을 가꿔야 한다는 데에 뜻을 품었다.

문 이장은 올해 더욱 바쁘다. “현재 마을 오염수치를 낮추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양돈장 문제도 중장기 계획으로 마련해서 해소하려 합니다. 작년 여름부터 마을 주민들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하는 ‘지역 환경’ 조사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마을 역사를 수합할 향토지도 편찬될 예정입니다.” 대통령만큼이나 바쁠 그의 바지런함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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