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읍면에서는] 한남리, 8일 본향당굿놀이 … 여성 위주 마을제

▲ 한남리 여성들은 매년 음력 2월 12일이되면 본향당에 모여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가족들 아프지 않고 올해도 무탈하게 해주시옵고, 장가 안 간 우리 큰 아들 착한 각시 만나게 해주옵소서. 비나이다."

지난 8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중산간 국도에서 서성로까지 확장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1㎞쯤 가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팽나무가 서있다.
팽나무 주변에는 돌담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는 감귤, 사과, 생선, 쌀, 술 등 제물이 차곡차곡 정돈돼 있다. 매년 음력 2월 12일 마을제를 올리는 본향당이다.

그곳에서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주름진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를 하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남성 중심의 유교식 마을포제와는 다른 모습이다. 모두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었다.

▲ 수렵을 관할하는 산신에게 받치는 제물이 줄지어 나란히 놓여졌다.
"한남리에서는 음력 2월 12일이 되면 술, 떡, 생선을 준비해 와서는 조상님께 치성을 드립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시집오고 나서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왔으니까... 치마는 쉽게 말해서 예의를 차린거지요."

김정애씨(60)가 모르는 것을 빼고는 모두 답해주겠노라며 콜콜히 답해준다.

한남리는 약 450년 전부터 본향당을 만들어 한남리에 처음 정착해 살았던 허좌수, 허별감과 수렵이 잘되게 수호해 주는 산신, 해녀들의 채취물의 씨를 뿌리는 영등신 등 5개의 신위를 모시고 제를 지내고 있다. 굳은 일을 대비해 제물을 받치며 액막이도 한다.

▲ 본향당굿이 열릴 때는 이날 제의를 진행하는 메인심방이 일년 길흉을 점쳐주기도 한다.
본향당이 설치된 이후부터 이 본향당은 현씨, 오씨, 고씨 등 3대 성씨가의 종부가 중심이 되어 운영된다. 이른바 상당골, 중단골, 하단골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본향당굿을 담당하는 심방교체 등을 맡아오고 있다.

한남리 여성들은 본향당에 가기 일주일 전부터는 부정한 일도 삼가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등 몸을 정갈하게 한다고 한다. 신과 조우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인가도 싶다.

▲ 굳은 일은 불을 태워 없애는 액막이.
현영철 리장은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본향당굿은 마음의 위안이 된다"면서 "한남리 어우창과 거린오름 숙대낭밭, 숲속의 5.16도로 등 한남리 제7경에 속하는 제5경 당팥굿놀이는 허좌수, 허별감, 알당한집과 요왕제, 산신제 대한 풀이를 좀 더 다양하게 진행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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