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FTA 파고 넘는다> 안덕면 서광서리 이재근씨
6년전 감귤원 폐원…골드키위 2006년부터 수확
"농업인들의 국제정세 흐름 읽기, 새 작물 관심 필요"

기후변화와 FTADDA 등 세계시장 개방화는 1차 산업 형태도 다변화시키고 있다. 고인 물은 썩고,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고 했다. 맛있는 감귤 생산, 새로운 양식기법의 도입, 소비자들의 고급 입맛을 겨냥한 친환경 축산물의 가공 등 고품질만이 1차산업의 한계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작목의 도입, 품종등록 출원 등 1차산업이 회생할 길은 그래도 남아있다.  고난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농수축산인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편집자주>

과거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흔들리지 않는 목표의식,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본능적인 욕구와의 싸움에서의 억제. 즉 자신의 몸뚱이를 괴롭히는 일이 있더라도 다소 자신을 낮추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손에 쥐는 것이 더 많을 때가 있었다.

흙 또한 그랬다. 뿌리고 가꾼 만큼 거두게 했다.

지금도 그 진리는 변함없지만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감지하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과학의 기술의 발전으로 계절 구분없이 등장하는 과일과 채소, 거기다 FTA 등 세계시장이 개방되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촉(觸)’, 보다 멀리 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 이재근씨(49)가 바로 한 발 앞서 미래농업에 대비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마지막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4일 키위 줄기를 고정시키는 작업이 한창인 그를 서광서리에서 만났다.

“평소 밭에서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곳으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평범한 농사꾼이 무슨 기사가 되겠습니까?”

쑥스러운듯 반긴다.

이씨는 스스로를 '평범한 농사꾼'이라고 했지만 그를 소개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는 선진 과수재배기술과 농업 국제화 마인드를 통해 매해 억 단위 순이익을 내고 있는 선도농업인이다.

농업의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이 때, 농업인들의 모범사례임에 틀림없다.

▲ 끈을 이용해 지지대와 골드키위 줄기를 고정하고 있는 이재근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을 잘 해야 골드키위 수량이 많아진다.
이미 그는 지난해 골드키위로 약 2억7000만원, 비가림 월동 하우스감귤로 4000만원 등 총 3억1000만원의 총수입을 올렸다.

물론 처음부터 억 단위 수입을 올리는 농사꾼은 아니었다.

서귀포농업고등학교, 지금의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졸업한 이씨는 1979년 부농의 꿈을 위해 양돈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양돈사업은 3년 주기로 가격의 진폭이 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기에는 버거웠다. 결국 1989년 양돈장을 정리하고 감귤농사를 시작했다.

10년 양돈사업을 하면서 쓴맛을 본 그였기에 소득창출의 한계가 있는 노지감귤 대신 가온재배하우스를 선택했다.

당시 남제주군농촌지도소를 집 드나들 듯 재배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일본의 선진기술 배우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본어에 능통한 농촌지도소 직원을 찾아가 일본 농업동향과 감귤재배기술 발전과정을 수시로 확인했다. 각종 기술 연찬회가 열리는 곳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씨만의 하우스 재배법을 익혔노라고 생각했을 2003년, 국제유가 상승 등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그때 결심한 것이 비가림하우스로의 전환, 그리고 골드키위 도입이었다.

▲ 이재근시는 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 출신 팜쯔엉씨 등 외국인근로자 2명과 일을 하면서 더욱 신이 났다. 서툰 우리말을 바로 잡아주며 가끔 한 번식은 베트남어를 배우기도 한다.
마침 뉴질랜드 제스프리사에서 서귀포지역 골드키위 재배지역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5000여㎡(1500평)에 골드키위 묘목을 심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폐원한 감귤원 9000여㎡(2700평)을 마련해 또 골드키위 묘목을 심었다.

묘목이 자라는 2년간은 묘목 사이 빈 공간에 콩을 재배해 경영비로 보탰다.

그리고 2005년 첫 수확된 골드키위는 제스프리사와의 계약에 의해 일반키위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그렇게해서 지난해에는 7만1000㎏을 생산해 총 2억70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이다.

"골드키위 묘목을 심을 당시 주위에서 많이 걱정했죠. 괜히 감귤원 폐원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키위 묘목 심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잘했다고 하죠."

무모한 이씨가 아니었다. 당시 감귤과 골드키위를 두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농촌지도사들을 귀찮게 따라다니며 묻고 또 확인했기 때문이다.

"골드키위는 비가 적게 오고 토양의 토심이 깊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하기 적당합니다. 저는 특히 정기적으로 토양분석을 하고 시비 처방서에 따라 양분을 시비하죠. 하우스내 빈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가지배치를 해서 단위면적 수확량을 높이는 것도 골드키위 재배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골드키위 재배기법을 살짝 공개하는 이씨.

"앞으로 중국산 노지감귤이 제주산 제주감귤 시장을 위협하리라고 봅니다. 이제는 국제정세의 흐름도 알고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는 국제마인드가 농업인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농가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돼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작목에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FTA를 대비한 농업자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노지감귤 재배농가라면 이런 자금을 지원받아서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농업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한 마디 한다면 '국제정세 눈뜨기', '새로운 작물의 도전'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20년간 농사를 짓다가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이씨.

"골드키위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20~25년은 무난하게 재배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새로운 작목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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