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FTA 파고 넘는다] 농가 신용균·김정임 부부
감자밭 갈고 유기농 딸기 도전, 농민양심 내걸다
살충제까지 꼼꼼하게…“공부 게을리하면 안돼”

기후변화와 FTADDA 등 세계시장 개방화는 1차 산업 형태도 다변화시키고 있다. 고인 물은 썩고,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고 했다. 맛있는 감귤 생산, 새로운 양식기법의 도입, 소비자들의 고급 입맛을 겨냥한 친환경 축산물의 가공 등 고품질만이 1차산업의 한계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작목의 도입, 품종등록 출원 등 1차산업이 회생할 길은 그래도 남아있다.  고난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농수축산인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편집자주>

▲ 대정읍 하모리 신용균·김정임 부부는 20년 넘은 감사 농사를 접고 지난 2008년 9월부터 청정딸기 재배에 나섰다.
이웃집이 그랬듯 감자 농사를 지었다. 넘친 생산으로 헐값이 예상되기라도 하면, 애써 가꿔온 “그 자식 같은 것”들을 갈아 엎어야 했다. 그래서 신용균(55·대정읍 하모리)은 아내 김정임(49) 손을 꼭 잡고 남다른 시도를 결심했다. 20년 넘은 농사의 틀을 바꾼, 친환경 딸기 농부 인생의 출발선에서다. 불안정한 농사꾼 심정으로부터 도피가 목적이었지만, 이젠 조금 수정됐다. “농민 양심 지키고, 안전한 먹거리 만들자.” 농사꾼 신용균·김정임 부부 이야기다.

친환경 하우스 딸기를 수확키로 결심한 것은 딱 4년 전. 당시 딸기를 수요가 안정적이고 벌이가 좀 괜찮은 작물이란 심증을 간직하면서도 ‘건넛마을 불구경하듯’했다. 우연한 계기로 도 농업기술원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좌를 듣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감자 안되면 배추하자’식이던 부부가 또다른 대체작물을 골똘히 고민했다. 녹차, 키위, 복분자…. “우리, 무엇을 키워야 할까.” 공부를 비롯한 미래 농사 설계, 어느덧 3년이 흘렀다.

“딸기는 제주 밭에 적합한 작물입니다. 다른 지역 농사꾼들도 제주 기후를 부러워하지요. 일조량이 많으니까요. 대정 땅이 더욱 그렇습니다. 많이 달리는데다, 신맛이 덜하면서 달콤해요. 딸기가 알칼리성을 좋아해서 화산회토인 척박한 토양에도 들어맞지요. 구멍 많은 현무암 특성 때문에 물 빠짐이 좋은 것도 장점입니다.” 그리하여, 2008년 9월 본격 재배하기에 이르렀다.

# 유기농 신토불이 딸기, 수입도 '쏠쏠'

신씨와 김씨의 손으로 거둔 딸기는 농약을 머금지 않았다. “먹거리를 만드는 농민의 양심상 안전은 생명이죠.” ‘농민 양심’을 운운하던 김씨는 진작 여성 농민 운동을 했던 내력이 있다. 김씨 부부가 유기농법을 원칙으로 딸기를 키우려면 친환경적인 재료로 살충제와 살균제를 만들어야 한다. 병해충에게는 독인 마늘과 양파, 싱아 등이 그것이다. 약에 쓰이는 재료도 깐깐하게 고른다.

곁에 있던 신씨는 줄기가 무성하게 자란 양파를 내보이며 말했다. “친환경적으로 만든 살충제는 순간적이에요. 뿌릴 때에는 죽지만, 그 뿐이죠.  그래서 자주 뿌려줘야 해요. 화학 농약이 좋은 침투성으로 작물 내부에 오래 남는 것과 다르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아 “생산비 절감 하지 않느냐”라는 우문에 대신했다. 일반 재배방식에 비해 일손이 많이 들어가고 생산비용도 10% 이상 든다고 말을 보탰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비용이 적지않게 부담스럽지만, 친환경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수입도 쏠쏠하다. 딸기 재배면적 2000㎡(600평)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수확된 양은 올해 5월까지 8000kg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하되는 가격은 1kg당 8000원에서 9000원 정도다. 이번달은 한창 수확철이기때문에 5000원까지 내려간다.

▲ 신용균씨가 자신이 일구고 있는 딸기밭에서 열매를 따고 있는 모습.
부부가 키우고 있는 딸기는 물론 ‘신토불이’다. 우리 토양에서 자라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체질 자체가 ‘국내산’이다. ‘설향’이라는 국내 품종이다. “당도가 돕고 조기출하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죠.” 신씨가 자분자분 이야기했다. 설향 품종은 세력이 좋고 유달리 흰가루병에 강하다. 과즙이 많아서 시원한 느낌도 있다. 봄철 고온기에는 신맛이 증가해 겨울에 일찍 재배하는 것이 적합하다.

본래 딸기 종류는 장희나 육보라 일컫는 일본 품종에 주로 의존돼 있었다. 국제 협약에 의한 로열티 지급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터였다. 국내 품종을 키우는 것은 이들에게 일종 책임감 부여다. 농업기술센터가 돕는다. 시범 농가로 선정돼 국내 품종을 확대하고 보급하는데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농업은 백년대계…희망은 '있다'

신씨는 이 기회로 딸기로 유명한 경상남도 진주시와 산청군, 경상북도 고령군으로의 ‘현장 학습’도 챙겼다. “왜 당도가 떨어졌는지, 영양은 왜 부족한 건지 되묻고 연구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과학 영농이란 말도 있지 않나요.” 농한기에 진행되는 각종 영농 교육이나 견학은 빼먹지 않는다. “끊임없는 공부가 중요하다”던 이들 부부의 바지런함 속에 농업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정부에서 농업 정책을 마련할 때 확고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으면 해요. GNP가 높은 나라일수록 농업에 대한 정책이 건실하잖아요.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젠 농업의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여느 농업인 못지않은 근심이 김씨에게서도 흘러나왔다. 가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느냐 물었다. “현재 아들 현준이가 농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죠.” 어려운 상황에도 “농업 미래는 찾으면 있다”는 부부의 신념이 그를 후원중이다.

아들에게도 전수될 이들의 딸기 재배는 일찌감치 멀리 내다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딸기 재배시설을 높이는 소위 ‘고설재배’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반 토양 재배작업이 쪼그려 앉은 상태로 이뤄져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흙을 만지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딸기체험농장이나 과즙을 이용한 가공공장도 구상 단계에 있다.

“농사라는 것은 비결이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똑같지요. 작물을 내 가족처럼, 내 자식처럼 보살펴주면 되는 거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딸기와의 인사’라는 김씨. 곁에서 신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는다. “잠자는 것 빼곤 온종일 딸기 하우스 생활”이란 이들 부부. 딸기처럼 붉은 열정이 하우스 넘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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