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행] ① 닥종이박물관

1909년 왕과 가족, 궁궐에서 사용한 유물들을 중심으로 창경궁에 만들어졌던 제실박물관을 시작으로 한 박물관 역사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해 서귀포시에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을 찾아 전시물들을 소개하고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다.  <편집자 주>

▲ 제주월드컵경기장 내에 자리한 닥종이박물관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닥종이인형들로 가득하다. 특히 '아빠 어릴적에는'을 비롯한 어릴적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테마별 전시물들은 자녀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다.
불뚝한 배를 시원하게 내보이며 능청스럽게 웃는 사내아이, 윗옷을 벗고 등목을 하는 아이, 오줌 싼 동생을 놀리며 쳐다보고 있는 장난꾸러기 오빠. 익살스런 표정이 살아있다.

빨강, 파랑, 노랑 각양각색 인형의 옷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머리카락과 나뭇가지 하나 하나 표현까지 섬세하다. 닥종이 인형이기에 가능한 자연스러운 편안함이다.

서귀포시 법환동 월드컵경기장에 문을 연 닥종이박물관(대표 이중식).

닥종이박물관은 우리 전통 한지인 닥종이의 우수성을 알리고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생활상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2006년 개관하고, 이듬해 2종 전시관으로 등록됐다.

총 1322㎡(400평) 규모의 박물관은 박순애 작가를 비롯한 국내 20여명의 닥종이 작가들의 작품 300여 점을 볼 수 있는 제1전시관과 1953년 주한미군을 위해 방문한 마릴린 먼로와  역도산의 장례식, 5.16도로의 착공, 제1회 탐라미인대회 등 1962년 제주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추억 속으로 제2의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특히 1관의 작품들은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닥종이인형 작품을 만드는 일은 아주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합니다. 가는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뼈대에 한지를 한 장 한 장 겹겹이 붙이고 말리는 길고 긴 시간의 결과물인 셈이죠. 흔히 닥종이 작가들은 창작활동을 아이 낳는 것에 비유한다고 합니다."

이중식 대표(49)는 열정 없이는 닥종이인형도 만들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천년한지'라고 불릴 만큼 질적으로 우수한 닥종이로 만드는 인형이라는 뒷받침도 닥종이인형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닥종이가 고루한 소재만은 아니다.

요즘은 서랍을 만들기도 하고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할 정도로 그 활용도가 다양하다. 닥종이박물관에서도 닥종이를 현대 생활상과 매칭해 고루한 닥종이의 이미지를 벗었다.

비키니 수영복을 걸어두고 런닝머신을 열심히 뛰고 있는 여성의 모습, 비보이 인형 등 최신 문화트렌드와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1관의 통시에서 돼지를 쫓으며 볼 일을 보는 아이, 전통혼례복장을 한 신랑 신부, 쥐불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이중식 닥종이박물관 대표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작가 특성별로 나타나는 인형들의 표정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더하는 방법이다.

또한 다른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박물관 곳곳에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PHOTO ZONE)이 마련돼 닥종이를 배경으로 멋진 모델 돼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닥종이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들이 역사공부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한지만들기와 닥종이인형만들기 등 체험학습을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연중무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문의)739-39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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