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중 앞 찻길이 학생들 통학로…주정차·가게 상품 진열 탓
지난해 보행자 사고 18건…“저희도 안전시설 설치해주세요”

▲ 7일 하굣길, 대정중학교 학생들이 아슬하게 차도 위를 걷고 있다.
“작년에 학교 근처에서 사고난 적이 있었어요. 인도가 없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별 수 없나봐요. 비오는 날에는 특히 불편해요. 물 튀고 가는 차 피할 수도 없고….”

대정읍 대정중학교 3학년 김재희(16)양이 푸념했다. ‘늘상 걷던’ 차도이기에 이젠 익숙한 상태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모슬포 대정중학교로 향하는 길에는 변변한 인도마저 없어 위태로운 모습이 종종 보인다. 학생들은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과 함께 차도를 걷고, 인도를 대신한 좁은 길 위엔 버젓이 차들이 세워졌다.

6일 오후 5시, <서귀포신문> 취재진이 찾은 대정중 하굣길에도 어김 없이 통학로가 확보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모슬포중앙시장으로 향하는 길 위에는 차량 25대가, 모슬포항 방면 오거리까지에는 22대가 주차돼 있었다. 일부러 경계해 놓은 보행길마저 차에게 내준 셈이다.

▲ 이 일대 몇몇 매장에서는 자신들의 상품들을 보행길 위에 진열해 놓았다.
뿐만아니라 이 거리 일대에 있는 자전거 가게와 오토바이 매장 4군데 모두, 보행길 위에 자신들의 상품들을 진열해 놓았다. 찻길 통행으로 인한 위험 감수는 거의 일상이 된 모습이었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대정읍 관내 교통사고는 지난해만 83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보행자 사고는 18건으로, 전체에서 21.7%를 차지했다. 또한 200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명이 길을 걷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정중 2학년 김호승(15)군은 “다른 학교처럼 안전봉같은 시설이 길 위에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 거리는 왕복1차선 도로다. 수십년째 옛길 모습 그대로다. 도로 폭은 한정돼 있고, 길 양 옆엔 상가들이 들어서있어 인도가 들어서기엔 무리라는 주장이다.

서귀포경찰서 대정파출소 관계자는 “학생들이 걷는 도로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로폭이 좁아 어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안전시설 설치로 인한 주변 상인들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확인해서 교통안전시설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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