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읍면에서는]남원읍농민회, '워낭소리' 무료상영회

"불쌍해서 어째. 소가 눈물을 뚝하고 떨어뜨리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

"가슴이 답답했어요. 할아버지나 소나 모두 노쇠한 와중에도 서로를 위해 땔감을 나누어 지고, 비틀거리면서도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할아버지가 정말 대단하시네요. 환경은 농사의 방법도 다르게 만들죠. 소 때문에 농약을 안 친 건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제 몸이 힘들면 하다못해 기계라도 쓸텐데..."

▲ 남원읍농민회는 지난 19일 남원1리사무소에서 '워낭소리' 무료상영회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오후 남원1리사무소에서 독립영화 '워낭소리' 무료상영회가 마련됐다.

서귀포시 남원읍농민회(회장 현민철)가 주관한 워낭소리 무료상영회에는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독립영화 초유의 관객동원 신화를 일으킨 '워낭소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80살 노인과 평균 수명을 훌쩍 넘긴 40년 된 늙은 소의 이야기는 사람과 동물과의 우정,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준 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상영장 곳곳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숨김없는 농촌 노부부의 대화가 오갈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시원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 현민철 남원읍농민회장
현민철 회장은 "최근 부적절한 경로를 통해 영화 '워낭소리'를 불법다운로드를 해서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작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촌문제를 다룬 영화인만큼 전국농민회 차원에서 무료상영을 조건으로 저렴하게 판권을 구입, '워낭소리' 무료상영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관람한 김소라 학생(19)은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버스를 타고 극장에 오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미루고 미뤄왔었다"면서 "남원농민회 덕분에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주최측에 고마움을 전했다.

가족들과 영화관을 함께 찾은 고수일씨도 "한 푼이라도 줄 일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싼 외국산 과일을 살 때도 종종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농사짓는 우리 농민들을 생각하면서 국내산 농산물을 소비해야 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에 따르면 남원읍농민회에서 시작된 '워낭소리' 무료상영회는 서귀포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 이날 300여개의 관람객석이 꽉 들어차 '워낭소리'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했다.
현 회장은 또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으로 남원읍 관내 축산농가들도 겨우 겨우 연명해가고 있고 감귤 역시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어려울수록 농민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농민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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