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나머지 돛을 내리다

내년 6월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선보일 터 두 번의 태풍으로 인해 훼손된 서귀포시립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 잔존막이 완전 철거됐다. 서귀포시 월드컵추진기획단은 지난 14일 오전 지붕 잔존막 철거를 마치고, 파손의 원인분석과 기초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서귀포시립 제주월드컵경기장은 풍랑을 헤치고 항해를 마친 듯 돛을 내리고, 건설 초기의 앙상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획단은 당초 훼손 부분만 복구할 방침이었으나 지붕구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면 재시공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 또한 재설계계획 외에 파손 원인을 조사, 자연재해인지 부실시공인지 가려낼 예정이다. 기획단은 경기장 모형을 만든 뒤 시뮬레이션을 통한 풍동 실험, 지붕막 재질 분석 등 지붕의 구조적 안정성을 정밀 진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쪽에 설치된 가변석(8000석)도 지붕막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6월까지 강창학 종합경기장으로 이설될 계획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서쪽 가변석은 애초부터 이설되도록 설계된 좌석이다. 이번 복구작업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일 뿐”이라며 “미관상 안 좋게 보일수도 있지만 좌석수와 바다 조망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설계방안에 대해 “특수코팅된 지붕막 천은 축대의 높낮이를 조절하든지, 조각조각 결합해 바람을 막는 면적을 줄이든지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더 이상 서귀포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장 시공을 맡은 풍림산업 담당자는 “지붕막 설계에 대해 아직까지 확실히 결정된 사안이 없다”면서 “하지만 지붕막 기본골격은 그대로 간다. 12월말 경 기본 설계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붕막 설계안 계획은 좀더 안전하고 튼튼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지붕막 설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복구작업은 지붕막 철거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지붕막을 지지하는 플라잉 마스터(지지대)철거, 12월경 기본 설계계획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정상적인 모습으로 관광객과 각종 대회 유치는 내년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립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막은 지난 7월26일 제9호 태풍 ‘펑셴’으로 전체 19칸(1만9770㎡) 가운데 3칸(3419㎡)이 파손된 데 이어 8월31일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해 3칸(3368㎡)이 추가로 찢겼다. 제334호(2002년 10월 17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