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오아시스-48]대정읍 보성리 붕우룻
‘비온 뒤 꽉 찬 물’ 유래 … 봉긋한 바위 특징

▲ 마을 주민들의 주 식수원이던 붕우룻물이 조촐한 듯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피서철 대표 관광지를 피하고 잠시 몸과 마음을 달랠 만한 곳을 수색했다. 그 기준따라 인적 없는 길을 하염없이 걷다보니 우연하게 연못 하나 발견했다. 대정읍 보성리 ‘붕우룻’ 물이다. 진작 주민들의 긴요한 ‘산책 코스’인데다 관광 온 듯 렌트한 차들이 간혹 멈추는 것을 보아하니, 번지 수를 잘 찾긴 했다 싶었다.

‘붕우룻’은 인성리 삼거리에서 신평리로 난 구억리 진입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큰 도로변에 있고, 주변에는 평평한 마늘밭이 펼쳐져 있어 비교적 눈에 띄는 곳에 알맞게 자리잡았다.

송길춘 보성리 노인회장의 말을 빌리면, 비가 온 뒤 다음날 아침 연못에 고여 있는 물이 ‘붕우룻’하게 차 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붕우룻’이란 말은 봉우리처럼 솟은 형상을 빗댄 표현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 가운데 수면 위로 봉긋하게 솟은 바위가 특색을 이룬다.
이곳은 1960년대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만 해도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이용됐다. 빨래하던 곳과 여탕, 남탕 등 목욕 장소까지 두루 갖춰져 있어 주민들에게 삶의 흔적을 다량 생산하는 근원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9년부터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옛 모습은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대신, 2006년도에 소공원을 조성해 운동기구들과 벤치들이 설치됐다. 정취에 취하거나 옛 추억에 잠기면서 잠시 노닐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해놨다.

이 연못의 깊은 곳은 5m에 달하고, 넓이는 5000㎡정도 된다. 한 가운데 수면 위로 봉긋하게 솟은 섬 모양의 바위도 그럴듯한 장관이다. 조촐한 듯 하지만 적당히 여유로워 순간 홀리기 십상이다.

▲ 2006년에 소공원이 설치돼 잠시 노닐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해놨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연환경생태정보를 보면, 이곳에는 송이고랭이, 부들, 기장대풀, 한련초, 골풀, 자귀풀, 여뀌 등이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수량이 풍부하게 유지되는 공간에 서식하는 동물에는 물매암이, 소금쟁이,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붕어, 쇄백로, 왜가리 등이 관찰된다.

마늘 수확철을 갓 지나 그런지 아니면 관광객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한 연유에선지 연못 한 편에 인위적인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인에게서 물려 받은 자연물을 후세대에게 다시 남겨주는 일은 비단 자연만의 몫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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