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정순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 고정순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제주음식 조리법에 사찰음식 조리법이 합쳐진다면 더없이 좋은 슬로푸드가 탄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슬로푸드운동을 처음 시작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정순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우연한 기회에 슬로푸드 한국위원회 제주지회 회장을 맡았던 그는 2005년 자모코 모욜리 회장을 비롯해 슬로푸드 국제본부 관계자들을 맞아 제주음식을 선보인면서 제주음식이야 말로 슬로푸드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조리방법도 단순하고 볼품없는 제주음식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슬로푸드 국제본부에서 우연히 제주를 찾았을 때 제철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제주음식을 먹어보고 감탄하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제주음식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게 된 그는 최근 3년간 법룡사 선재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 요리법까지 배우며 슬로푸드운동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고 있다.

고 교수는 "사찰음식은 파, 마늘, 달래 등 오신채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잣이나 들깨가루 등을 활용해서 맛을 내는 조리법이 있다"면서 "사찰음식 요리법을 제주음식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도입한다면 제주음식의 맛과 모양을 다듬어서 대중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러 가지 슬로푸드의 특징 중에서도 제철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주향토음식점 하면 모두가 똑같아요. 갈치국, 고등어조림, 물회 4계절 똑같은 음식을 내놓는 것 보다는 계절별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 교수는 가을에는 갈치, 여름에는 한치 등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사서 냉동보관 하기 보다는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제철에 팔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갈치국 먹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가을에 제주에 오고, 자리물회의 맛이 그리운 사람은 여름에 오고 자연에 순응하자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그렇게되면 호박잎국이나 각재기국, 낭푼 보리밥 등 다양한 전통음식의 레시피가 보급돼 전통음식 보존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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