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 슬로푸드로서 가치 재발견⑤]
제주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

바야흐로 느림이 대세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은 휴식과 여유를 희망하며 느리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재미있고, 맛있는 것을 찾아간다.
그동안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 느림의 미학을 잊어버리고 살았음을 일깨운다. 올레 열풍이 이를 상징한다. 천천히 걸어가는 도보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주고 있는 제주올레는 제주해안길의 아름다운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간단히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는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오랜기간 음식을 만든 이의 정성을, 먹을 수 있는 것의 감사함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이제 상업이익을 떠나 좋은 품질의 식품생산을 통해 건강의 참맛을 주는 슬로푸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음식은 지역의 산물이자 일들의 흔적이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제주전통음식에 숨겨진 슬로푸드의 가치를 발견하고, 전통음식을 명품화하고 있는 도외 사례를 통해 제주음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5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슬로푸드 관점에서 바라본 제주음식
2. 전통음식에서 미래를 보다 -  국내 첫 슬로푸드 죽방멸치
3. 전통음식에서 미래를 보다 -  경기도 파주 장단콩마을
4. 소박한 맛과 멋 -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다
5. 제주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 나라나 그 지역의 특성, 전통, 문화를 파악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며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그 지역만의 전통음식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산업 중 먹거리 산업은 무한한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자 영원불멸의 관광산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제주전통음식의 현실만 보더라도 음식 맛의 획일화로 퇴색하고 있는 고향의 맛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잘못된 맛의 보급으로 향토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마저 훼손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럴수록 단순하고 소박한 진실에서 출발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제주음식의 우수함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가장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 산업화기계화, 다양한 맛의 사장화(死藏化)
 

▲ 제주음식관광을 위해서는 단순히 한 자리에서 시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만들고 먹어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전통음식들의 맛이 획일적으로 변화한 것은 질적 향상보다는 양적 향상에 주력해온 산업화와 기계화 등이 큰 이유다. 빨리 빨리 살아온 삶의 방식이 입맛까지 변해놓고 있다.

1분 1초 '시간 싸움' 속에서 현대인들은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는 식사보다 배고픔을 달래줄 정도의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 가고 그런 소비자에 맞춰 음식점과 식료품 제조업체는 좀 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과 요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조미료 생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연히 입맛 또한 획일화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전통음식의 맛을 복원하고 입맛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슬로푸드 운동이다.

# 제주음식의 족보화… 슬로푸드운동 '첫걸음'
 
믿을 수 있는 족보 있는 농산물로 정성껏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과 먹을 수 있는 감사함을 깨달으면서 먹을 수 있는 자세, 바로 슬로푸드다. 그리고 이 슬로푸드는 각 지역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제주의 전통적인 향토음식이라면 제주지역의 물과 공기, 식재료, 그리고 지역의 문화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 그 맛이 나오는 법이다.

제주도 안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계절에 따라 지역에서 나오는 해산물, 각종 야채류와 채소류로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향토음식으로 영업을 하고자 할 때는 다른 지역과 지리적 경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것이 또 지역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과도 무관치 않다.

묻혀있는 향토음식의 발굴도 중요하다.
지금 제주도의 향토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관광지 주변 식당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러나 갈치국, 옥돔국, 전복죽, 자리물회, 해물뚝배기 외에도 제주전통음식은 다양하다.
침떡, 빼떼기떡, 호박국, 콩국, 해물김치, 쉰다리 등 다시 제주사람들이 먹고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는 무궁무진하다.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이자 (가칭)제주향토음식문화연구소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고정순 교수는 먹을거리 체험관광 도입을 강조한다.

고 교수는 "김치공장에서 참가자들에게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해 김치를 만들게 하고 자기가 만든 김치를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주는 김치관광처럼 단순히 특정지역에서 음식을 맛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만들고 먹어보고 가지고 가는 음식체험관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음식체험관광으로 잠자는 제주음식 깨우기 시급
 

▲ 가장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잠자는 슬로푸드, 제주음식을 깨워야 한다.
특히 슬로푸드에서는 재료에서 음식을 담는 그릇까지 전부를 일컫는 것처럼 우리 제주음식도 담는 그릇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제주옹기와 휴대용 전통음식은 대나무로 짠 뚜껑있는 바구니, 차롱을 이용하는 것도 다른 지역과 색다른 묘미로 다가갈 수 있다. 

음식에만 국한할 필요도 없다. 생각을 조금 바꿔서 음식 조리법, 즉 레시피를 판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미 일본은 '깃꼬망'이라는 간장을 팔기 위해 상품 자체를 팔기 보다는 '깃꼬망'을 이용한 음식을 판매해 성공했다.

제주에서도 제주음식만 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요리법을 상품화하고 요리를 담는 그릇인 옹기나, 제주감물을 들인 갈천으로 만든 테이블 메트 등 음식과 관련한 부수적인 상품의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녹차 재배지 중 세계 첫 슬로시티로 선정된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지난 40년간 잊혀져 있던 고유의 전통 차제조 기법을 재발견해 내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는 매암 차문화박물관 강동오 대표는 "슬로푸드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주도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서 "설문대 할망을 비롯한 1800만 신화 주인공들의 제주음식이야기를 만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슬로푸드의 제주음식 스토리텔링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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