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詩가 되는 것을 꿈꾸며…

자신을 나무키우고 그림 그리며 사는 ‘농부’라고 소개하는 현충언화가(한국미술협회 회원)가 2번째 개인전시회를 연다.오는 11월 9일~15일까지 제주갤러리아트에서 전시회‘기억제(記憶祭)’를 선보이는 것. 지난 96년 ‘기억의 섬’이란 주제로 첫 전시회를 올린 이후 두번째 전시회를 마련한 그의 전시회는 유난히도 눈에 띠는 구석이 많다.그의 작품에는 유독 나무와 오름, 바다가 많이 등장한다. 또한 분명 집안의 벽이든 건물의 벽이든 벽이 분명히 존재하나 그의 작품에서는 그런 벽을 찾아볼 수가 없다.벽대신에 그 자리를 오름이, 바다가, 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갖혀 있는 벽들을 모두 풍경화로 표현해 냈다. 저마다 이름을 내걸고 그 이름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길 기다리는 여타의 다른 전시회의 그림과는 달리 이번 전시그림에는 이름이 없다.감상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선을 갖고 그림을 감상할 터인데 그 그림의 제목으로 그 자유로운 감상을 차단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전시회 제목에서도 그의 그림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기억제(記憶祭). 그는 기억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수명을 다해 자신의 주위를 떠나있는 많은 사람들, 나무등도 그의 기억속에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무, 사람등 소재들도 이미 떠났으나 그의 기억에서는 살아있는 것들이다,그는 자신이 갖혀 있는 벽안에서 유유히 나갈 수 있는 날을 마지막날이라 말하며 벽이 나무가 되고 오름이 되고 바람이 되는 그날을 꿈꾸며 쉼없는 정진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이 시(詩)가 될 것을 굳게 믿기 때문에 기억제를 올린다”고 말했다.제236호(2000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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