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비경탐방]52 중문동 베릿내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기좋은 남쪽나라, 서귀포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곳곳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광지라는 명패만 달지 않았지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풍광들이다. 다만 빨리빨리 흐름 속에 차창밖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도 되는 느림의 사회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풍광들, 서귀포신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오아시스, 비경을 20여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 서귀포시 중문동 베릿내.
도내 최대 낙차 인공폭포 새 볼거리 생태관람로 조성 … 지역 주민 쉼터

베릿내, 듣기만 해도 정감이 간다. 베릿내라는 말은 벼랑을 뜻하는 제주어 벨과 처소를 뜻하는 잇, 천(川)을 내로 분석돼, 벼랑이 있는 내로 해석된다. 이를 또 별을 뜻하는 제주어인 벨과 연결시키면 바로 별이 내리는 내, 이름과 뜻을 함께 들으니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귀포시에서 지난 2001년부터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해 목재 산책로를 만들면서 원치 않던 인공미가 다소 가미됐지만 이로 인해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긴 것을 감안한다면 이해해 줄만 하다. 

시는 베릿내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대한제국 말기인 지난 1908년 계곡의 물을 인근 논에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었던 도수로(導水路)를 정비해 도내에서는 낙차가 가장 큰 59.6m의 인공폭포 베릿내 폭포가 탄생한 것.

어쩌다 운이 좋아야 한번 볼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그 멋진 풍광을 아무 때나 볼 수 없기에 관광객들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베릿내가 푸른 바닷물과 만난 곳이 바로 성천포구. 1990년 마리나 시설이 확정됨에 따라 성천포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이 강력하게 대응해 포구를 지금의 모습으로 단장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성천포구 인근에는 지금은 사라진 ‘베릿내 마을’ 이라는 어촌마을이 있었다. 중문마을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해안가에 자그마한 포구가 바로 성천포구고 인근에 10여 채의 초가에서 20여명의 주민이 반농반어를 생활 속에 소박한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 어촌마을이 관광어촌 개발에 밀려, 이 마을 사람들은 1987년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정든 마을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그저 오래된 초가와 돌담의 풀과, 이름도 모를 잡초만이 힘겹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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