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간 <아트 스페이스 씨> 대표 안혜경
창조적 열정으로 작가와 대중 매개하는 전시기획 홍보

▲ 예술가의 작업실 속의 작업실이라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아트 스페이스 씨> 안혜경 대표의 사무공간.  
예술가가 고단한 작업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안에서 끓어 넘치는 열정과 예술적 기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술가나 음악가나 장르와 표현 방식에 따라 소통의 방식 또한 달라지겠지만 결국은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다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일치한다. 음악가가 음악회를 통해 대중과 만나듯이 다양한 미술작품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시켜주는 일은 곧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또한 그런 일이 가능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다. 제주시에서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씨>를 운영하고 있는 안혜경 대표가 하는 일도 바로 그것이다.

 “제가 하는 일은 작가와 대중을 매개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소통이지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바를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일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미술 전시는 단순히 느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세상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하고 그 결과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술가가 오로지 작품을 ‘낳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전시 기획자는 제대로 ‘키우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작품이 태어나는 공간이지만 그 작품이 대중과 만나 다양한 반향을 일으키는 공간은 곧 전시기획자의 작업실이 되는 셈이다. 말하자면 예술가의 작업실 속의 작업실이라 할 수 있겠다. 안 대표가 제주시 노형동에 갤러리 문을 연 것은 2006년. 그보다 10년 전쯤에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중앙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했고 이어 본격적으로 기획 작업에 뛰어들었다. 갤러리 이름 <아트 스페이스 씨(C)>에는 제주에서 몇 안 되는 전시 기획 전문가로서의 안 대표의 철학이 녹아있다.

 “모든 연령층을 위한 소통의 구실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아트 스페이스 씨(C)를 만들었습니다. C는 소통(communication), 문화(culture), 창의성(creativity) 등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보다(see), 현재의(current), 복합성(complexity) 등을 뜻하기도 합니다.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문화들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교육하는 장으로서 분만 아니라 예술과 사회적 이슈들, 그리고 일상적인 삶이 교감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지요.”
 
 이 같은 취지와 목적을 살리기 위해 안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작가와의 일차적인 소통. 자신의 위치나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해야만 대중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공간(space)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전시 기획 자체가 창조적 예술 행위일 수는 없어도 전시기획자의 역량이나 소양으로 이해력을 확장시키고 이를 통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은 창조적 열정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 안혜경 대표.
 “그림이나 조각이나 사진 작품을 놓고 대중에게 그냥 알아서 보고 이해하라고 하면 누구나 어렵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다양한 해석적 방법을 통해 과정을 공유한다면 보다 쉬운 일이 됩니다. 이를테면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뻗은 길로 작가와 작품에 접근하기 보다는 샛길을 이리 저리 같이 다니면서 헤매기도 하면서 예술적 상징을 찾아내고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 그것이 전시 기획의 매력입니다.”

 그래서 안 대표가 곧잘 시도하는 것이 통합적인 경험이다. 예를 들어 작가의 생태적 세계관을 반영한 작품을 전시한다면 일방적인 설명으로만 전달하기 보다는 대중이 감성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매체를 동원한다. 때때로 갤러리에서 열리는 음악회도 예술 장르를 통합적으로 느끼면서 폭넓은 이해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안 대표의 배려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시공간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프리랜서로 전시 기획을 할 때 저의 의지나 소신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잦아서 한계를 느끼곤 했기 때문에 공간을 마련했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이 큽니다. 2007년만 해도 두 달에 한번 꼴로 전시를 했지만 작품 유통이 거의 되질 않으니 작년 여름 이후로는 뜸해진 형편입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문화적으로도 풍토가 박한 지역에서의 갤러리 운영의 한계겠지요. 하지만 늘 문화 예술을 통한 일상적 삶의 소통 공간 마련이라고 하는 초심을 지키자는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데도 변함없이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터.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작품 유통이 안 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도한 슬라이드 쇼는 또 다른 소통 방법이 되었다. 이처럼 늘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이제 안 대표의 일상이 된 듯하다. 50편 규모의 갤러리 공간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사무실을 보면 그러한 안 대표의 일상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기획하고 홍보하고 전시하는 역할을 혼자서 해내는 안 대표의 공간은 빼곡하게 들어찬 책들과 자료들로 몸 한번 제대로 펼 틈도 없어 보인다. 여기 저기 붙어 있는 메모지만 봐도 그가 처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량을 알 만하다. 공간은 비좁되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예술가의 고뇌와 열정으로 빚어진 작품들이 비로소 설 자리를 찾고 그것을 누리고 즐길 대중을 만나게 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소장작품을 상설전시중인 갤러리 내부.
“작가와 대중은 저를 다리 삼아 만납니다. 그리고 저는 작품을 다리 삼아 작가와 대중과 만나지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거나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대중이 최대한 느끼고 보고 싶은 것을 끄집어내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 관계를 예민하게, 다각적으로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이 일은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흔들림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흔들림이 있어야 한곳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교통 번잡하기로 이름 난 제주시 노형동, 시도 때도 없이 수많은 차가 거침없이 휙휙 달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는 대로변 건물 지하에 사랑방이 하나 있다. 늘 흰 벽에는 그림과 사진, 판화 작품 들이 걸려 있고 가끔 비디오나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가끔 미학이나 철학적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기도 하고, 가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는 문화 사랑방이 하나 있다.   <프리랜서 조선희>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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