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비경탐방 55> 대정 무릉2리 구남물
마을 물 대고, 빨래하던 곳…인향동 중앙에 위치

▲ 구남물은 무릉2리 인향동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연못이다.
새가 푸드덕 날아오른다. 이곳에 기대어 목을 축이러 온게 분명하다. 회색빛 아스팔트로 맨땅을 덮어 가는 농촌에서 ‘못’ 하나 찾는 일이 변변찮다는 걸 쉬이 짐작한다. 그래서 ‘구남물’은 더욱 ‘돌볼’ 생명이 많다. 인간살이 또한 이 연못에 묻어 있다.

▲ 마을을 형성하던 물통 중에 하나다.
구남물은 대정읍 무릉2리 인향동 한 가운데에 자리한 연못이다. 제주 지역 안에 마을을 이루던 수 많은 물통 가운데 하나다.

진작 구남물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대정읍 상·하모리 지역에 방목하던 소들을 여기까지 몰고 와서 물을 먹이기도 했다. 홍창옥 노인회장은 “가뭄 때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제주시 저시, 산양, 청수에서 여기까지 와서 길어 갔다”고 일렀다. 상수도가 공급된 전까지만 해도, 구남물은 식수로 사용됐다. 또 멱도 감고, 빨래도 했다.

▲ 구남물 앞에서 빨래하던 돌확.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구남물 앞에 나란히 놓여 있는 돌확 2기다. 여성들은 돌확 위에다 물을 붓고 빨래를 했다. 소들이 먹는 물이 비눗물로 오염되지 않도록 한 주민들의 배려다. 돌확 안에는 구멍을 뚫어 놓아, 빨래 쓰던 물을 다시 비울 수 있도록 했다.

초록빛 구남물 주변에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연못을 향해 한껏 몸을 늘어뜨렸다. 이곳 주변에 팽나무는 모두 세 그루다. 이중 두 그루는 수령이 300년도 훌쩍 넘는다. 모두 원시림들이다.

▲ 수령이 300년이 넘어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 
▲ 일찍이 이곳은 잉어양식장으로 쓰였다. 지금은 그 쓰임을 잃은지 오래다.

무릉2리는 지난해 가을, 이 연못을 생태 공간으로 가꿔 나가려 정비했다. 연못 한 가운데 수면 위로 봉긋하게 올라 온 동산에는 백일홍 한 그루를 심어 놨다. 이 연못 주변엔 여러 종류의 식물과 새, 곤충들이 서식해 자연생태 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 누구건 잠시 노닐다 갈 수 있도록 돌 의자들도 마련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남물’의 유래는 오랜 기간 한 자리에 묵은 ‘큰 나무’가 있어 훗날 ‘구남’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고, 군낭(구낭, 꾸지뽕나무)이 무성한 까닭에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재 연못 앞에는 ‘잉어 양식장’이라 쓰인 안내판을 내걸고 있지만, 그 쓰임을 잃은 지 오래다. 대신, 주민들이 밭일 와중에 단잠을 즐기는 달콤한 공간이자, 담소를 나누는 광장으로 거듭났다.

찾는 길은 어렵지 않다. 무릉2리 인향동사거리에서 위치한 식당 옆 아스팔트 길을 따라 800m가량 올라가는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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