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탐방-57>서귀포의 방선문(訪仙門)
암벽에 뿌리 지탱한 나무 경이로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기좋은 남쪽나라, 서귀포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곳곳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광지라는 명패만 달지 않았지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풍광들이다. 다만 빨리빨리 흐름 속에 차창밖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도 되는 느림의 사회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풍광들, 서귀포신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오아시스, 비경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물과 바람이 오랜 세월 깎고 다듬은 암벽을 병풍삼아 고여 있는 웅덩이. 깎아지른 암벽과 오래된 나무들이 어울려 금세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어울린 계곡.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날아오르는 새의 푸드덕거림이 계곡의 적막을 깨운다.

자동차가 내달리며 울리는 경적소리, 크게 튼 라디오를 타고 나오는 음악소리에 익숙한 세계와는 정반대의 세상이다.

오직 나와 자연이 있는 세계. 어느새 마음 깊은 곳에는 고요함과 평안함이 자리를 잡는다.

▲ 최근 몇년새 서귀포시의 비경으로 떠오른 쇠소깍의 상류 곳곳이 절경이다. 하지만 남내소에 비하지는 못한다. 아슬아슬 암벽을 지탱하고 있는 오래된 나무의 풍경이나 모진 세월 이겨온 암벽을 병풍삼아 자리한 물웅덩이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제주시 오라동에 신선(神仙)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방선문이 있었다면 서귀포에는 남내소(하례1리 44-2번지)가 있다. 추측컨대 남내소 역시 방선문 못지않은 신선들의 놀이터였을 것이다.

# 수자원 풍부한 효돈하례리의 젖줄
 
자연의 경이로움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을 법한 곳이다.

남내소는 한라산을 타고 효돈동과 하례리를 따라 바다로 향하는 효돈천 중간에 위치한 물웅덩이다.

효돈천은 효돈과 하례리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해서 효례천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계곡은 제주에 몇 안 되는 수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예전부터 마을의 젖줄이 돼 왔다.

효례천에는 고개물, 댁물, 산이물 등 많은 냇물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내소는 다른 식수원보다 물의 양이나 규모가 훨씬 많다.

하지만 활용도가 그리 높지는 못했다고 한다.

물이 위치한 곳이 워낙 가파른데다가 주민들 또한 물의 깊이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어서 위험했다는 얘기다.

▲ 효례천 곳곳이 아름답지만 특히 과거 물이 가장 깊어 위험했다는 남내소는 그 위용때문인지 아름다움을 더한다.
효례천 남쪽에 있는 큰 소(沼)라고 한 남내소는 물이 깊어서 창이 없는 소(沼)라고 해서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해 양쪽 괴에는 박쥐가 서식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긴소, 웃소, 알소가 이어지는데 이곳이 모두 남내소에 이은 효례천의 비경이다.

계곡 양쪽의 절벽과 울창한 나무숲, 동글동글 바위가 어우러진 거대한 풍광은 효례천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퍼즐 맞추듯 바위형상 찾기 '흥미진진'
 
모진 풍파를 이겨내면서 동그랗게 닳아진 표면의 바위들은 오랜 참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언의 압력을 준다 그러나 존재의 무거움 대신 가벼운 즐거움을 즐겨도 나쁘지 않다. 동글동글 바위에 걸터앉아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 옆모습을 연상케하는 바위나 영화 스크림을 빼닮은 형상, 동물 발자국처럼 생긴 돌 갖가지 형상의 바위를 찾아볼 수 있다.

▲ 속내를 드러낸 남내소 주변 암석들은 사람 발바닥모양, 사람 옆모습, 영화 스크림 등 재미있는 형상이다.
동그란 바위를 방석 삼아 바위병품에 숨은그림(?), 숨은형상 찾기 게임을 해도 무방하다.  주변 식생공부도 할 수 있다.

효례천은 또 지난 2003년 유네스코에서 설악산과 백두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국내 난대상록활엽수림 중 가장 범위가 크고 다양한 식물종이 서식하는 곳으로,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비쭈기나무, 후박나무 등 특산식물만도 33종이 자라고 있다.

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자연학습의 기회가 된다.
 
# 남내소는 효례교에서 하례리 방향으로 2㎞ 정도 올라가면 왼쪽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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