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서귀포 바다축제 유감

서귀포 바다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애를 쓰던 서귀포시청 소속 담당직원의 동분서주하던 모습과 서귀포 관광협회원들의 진지하고 헌신적인 진행 모습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런대로 잘 치러진 행사였다고 할만 하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었던 서귀포 바다축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특색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실 서귀포시는 올 한해동안 바다축제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이름으로 축제를 치루었다. 그 중에는 칠십리 축제나 칠선녀 축제와 같이 약간의 전통이 있는 축제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보목동의 자리돔 축제와 법환동의 한치축제가 있었다. 이것들을 지켜보면서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배재된 채 그저 일회성이고 헤프닝적 행사로 전락해 버릴 것 같은 우려와 함께 보다 바람직한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우선 축제의 속성을 이해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연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역축제는 독특한 생활환경에서 비롯되어진 중요한 지역문화이다. 축제가 갖는 고유의 기능을 보면 종교적 전통에서 비롯되어진 특성 때문에 축제에는 반드시 여러가지 의식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풍년을 기원하고,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와 마을의 안녕과 무병 장수 또는 죽은자들을 기념하는 의식 따위가 그것들이다. 둘째로는 교육적 기능을 갖는다. 전통사회에서 고유의 전통과 의례, 질서, 규칙, 다양한 생활 습관등을 차세대들에게 전수하는 장이었다. 그리고 축제는 지역주민들간의 단합을 위한 필수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축제를 통하여 지역민들은 동질성(Identity)을 느끼고, 사회 집단의 새로운 서열(Hirachie)을 확인하고 상호 인정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으며, 전체 집단은 서로 나누고,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가운데 공동체는 굳게 단합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부가적인 기능으로서 축제 기간동안은 큰 장이 서서 서로의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파는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고려시대의 연등 축제시에는 중국, 일본, 지금의 베트남을 포함하여 멀리서는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음을 고려사는 전해주고 있다.이러한 우리 고유의 축제 전통과 비교해볼 때 이번에 치러졌던 다수의 축제들에서는 위와 같은 축제의 특성이 배재되어 있었다. 지역민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을 뿐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의 교육적 기능도 없었고, 시민들을 단합시킬 수 있을만한 행사들 또한 찾아보기가 어려웠다.이번의 축제들은 지나치게 쇼(Show)적이라는 인상을 져버리기 어렵다. 축제기간에 행해졌던 행사들 대부분은 일회성 행사로서 전통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사치하다고 할만하다. 일회적이고 호화스런 깜짝쇼를 연출하기보다는 우리지역 문화와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발굴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과감하게 통폐합하여 알차고 흥미있는 서귀포 바다축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외국의 경우 전통적인 축제는 일년에 한번 고정된 기간에 열리며, 민간인들로 구성된 축제준비위원회에서 엄선한 다양한 종목들을 고유의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다양하게 연출하고 일년내내 철저하게 준비하여 축제 기간에 새롭게 선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행사들을 보기 위하여 내·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이 지역은 자연스럽게 축제기간동안 지역경제의 특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독일이 민족주의 음악가인 바그너를 기리기 위하여 그의 고향 바이로이트에서는 매년 바이로이트축제(바그너축제)라는 바그너의 오페라축제가 열리는데 이것을 보기 위해선 최소한 5~6년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이 기간에 이곳을 방문하는 국내외 방문객수는 엄청나다. 우리도 지금부터 우리의 문화가 녹아있고, 우리의 정서와 전통을 보여 줄 수 있으며, 현대적 개념으로 발전시킨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수 있을 때 서귀포 바다 축제는 국내외에 명물로서 알려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미쳐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로서, 우리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가치인 해녀들의 노동민요 경진대회, 해녀놀이, 해녀 작업도구 및 작업광경 전시와 상영, 테우 제작과 테우를 이용한 바다 트레킹, 갖가지 해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경진대회 및 요리 강습회, 현대적 감각의 연출로서는 수상스키 및 젯트스키 강습회, 스쿠버, 요트 강습회, 바다 낚시 강습회등과 바다와 관련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서귀포 해안환경이나 세계적 테마가 될 수 있는 해녀들의 생활과 작업등에 관한 학술 발표회 따위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축제의 개최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바다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중요한데 올해의 경우는 10월 첫 주는 바다에 들어가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시기였다. 오히려 5월중에 실시한다면 겨울동안 잔뜩 움츠려 있던 타지방 사람들에게 청정한 서귀포 바다에 빠져들고 싶은 신선한 충동을 줄 수 있어서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축제의 준비와 진행은 보다 전문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을 총괄할 수 있게 함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 하지만 이러한 축제를 통하여 끈끈한 동질감을 느낄수 있게 해야하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민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하며, 교육적 효과가 큰 축제가 되어야한다. 물론 관광객들을 의식 하는것도 의미는 있으나 우선은 시민들이 중심이 된 축제가 되야 한다는 말이다. 보다 보완되고 발전된 바다축제를 기대한다.정구철/객원논설위원·탐라대학교 교수제237호(2000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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