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상창리 병악오름

등산로 험하지만 정상서 바라본 제주해안선 '탄성'

368개에 달하는 제주의 오름. 어느 것 하나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 제주 전 지역에 고루 퍼져 있는 오름은 걷기 열풍과 함께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름 하나하나마다 나름대로의 풍광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병악오름'도 마찬가지.

특이하게 이 오름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병악오름'의 다른 이름은 '골른오름'. '골른오름'이라는 명칭은 '골오라'(나란하다), '골오기'(혹은 골애기, 쌍둥이의 제주말)에서 보듯이 '나란히 있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한자명 '병악'이 바로 이뜻이다.

오름의 명칭처럼 두 오름은 모양이나 크기가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큰 산(서쪽)이 표고 492m로 작은 산 473m 보다 19m높다. 두 오름이 똑같이 북녘으로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것도 비슷하다.

병악오름은 초목이 우거져 등반로를 찾기조차 쉽지않다. 그러나 과정이 어려운 만큼 열매는 달다. 정상에 오르면 저멀리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해안선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절경이다.

이 오름에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감산리 강별장이른 세도가가 있었다. 하루는 시주승이 다녀간 뒤로 강별장 선묘가 있는 골른 오름의 큰 봉우리를 조금만 깎아 낮추어 나란히 하면 강별장 집안이 크게 번성하리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마침내 강별장은 온 동내 일꾼을 동원하여 그 어마어마한 역사에 착수했다. 산을 깎아나가자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연일 큰비가 쏟아 졌다. 지금도 산꼭대기에 붉은 피가 흘렀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 송이를 두고 일컫는 말로 생각된다. 현재는 초목이 우거져 송이는 보이지 않는다.

하나가 아닌 둘이라 더욱 운치가 있고 외롭지 않아 보이는 '병악오름'이다. 잘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환경이 괜찮은 편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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