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탐방-61] 새섬 일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기좋은 남쪽나라, 서귀포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곳곳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광지라는 명패만 달지 않았지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풍광들이다. 다만 빨리빨리 흐름 속에 차창밖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느릿느릿 걸어가도 되는 느림의 사회였다면 놓치지 않았을 풍광들, 서귀포신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서귀포의 오아시스, 비경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 새섬 앞까지 붉게 물들일 것만 같은 일몰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가올 내일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흥분되는 것이 일출이라면 어제의 일을 추억하는 아름다움은 일몰이 가져다주는 행운이다.

새로운 서귀포시의 명물로 떠오른 새연교를 건너 찾아간 새섬은 누군가 찾아왔다 떠가간 자리에 대한 쓸쓸함과 외로움을 토해내듯 붉게 울고 있는 바다를 향해 묵묵히 바라보는 것으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다 시들어 겨우 땅에 뿌리를 박은 갈대는 슬프게 흔들린다.
새섬의 일몰이 넋을 빼놓는다.

지난 10월 새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새연교가 개통되면서 새섬이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다.

서귀동 산 1번지 새섬은 일본인들에 의해 '조도(鳥島)'라 불리면서 '새(鳥)'와 관련 있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역사람들에 따르면 새섬에는 예로부터 초가지붕을 잇는 '새(띠의 제주어)가 많아 '새섬'이라 불리게 됐다.

▲ 낮에는 새섬의 수목과 광활한 바다를 보는 재미로, 밤에는 야간조명과 어우러진 밤바다를 감상하는 감동으로, 낮과 밤 사이는 일몰의 매력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새섬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는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지금도 나무 등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곳은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관광미항 개발사업으로 새연교가 만들어지면서 새섬에도 길이 1100m의 산책로가 개설됐다.

산책로가 개설되면서 높이 17.7m, 면적 10만4581㎡의 새섬은 사람들에게 한층 더 가까워졌다.

특히 새섬은 낮과 밤, 일몰시간대별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 새섬에서 바라 본 '케익같은 범섬'(사진 위), '물에 잠긴 코끼리를 닮은 문섬' (사진 아래)
그중에서도 지평선과 맞닿은 붉은 하늘의 매력은 단연 최고다. 다른 그 어디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붉은 노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요즘은 오후 5시쯤 가면 바다까지 붉게 물들일 것만 같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겨울노래가 되어 깊은 일몰감상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에는 새섬광장을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갈대숲과 연인의 길, 선라이즈광장, 바람의 언덕, 소나무 오솔길을 차례로 걸으며 새섬 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와 바다를 접시 삼에 만들어진 '케잌같은 범섬', 코를 하늘을 향해 쳐 든 '코끼리 형상의 문섬', 멀리 숲섬과 제지기오름까지 조망할 수 있다.

새섬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들도 신기하기 짝이 없다.

▲ 새섬 산책로는 1.1㎞로 20~30분이 소요된다.
밤이 되면 또 은근한 조명을 받아 운치를 더하는 곳이 또 새섬이다.

어쩌면 주변 풍경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이기 때문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오로지 새섬만 보면서 새섬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대도 밤이 아닐까. 오색빛을 발하는 새연교와 어우러진 야밤의 새섬 산책은, 오히려 겨울에 먹어야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의 맛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육지와 새섬을 연결하는 새연교는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밤 10시가 되면 출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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