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비경탐방] 64. 색달동 개다리폭포
물맞이·아이들 집합소…1m 개울서 아래로 '꽐꽐'

▲ 폭포수는 너비가 겨우 1m 남짓한 개울에서 졸졸거리다 바다를 향해 수직방향으로 힘차게 내던진다.
"가본 지 꽤 오래됐는걸.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어릴적에 뚝뚝 떨어지는 물로 신명나게 놀던 그 때가 생각나네…."(강정현 전 색달노인회장)

12월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다. 새들은 허공을 어지러이 노닐고, 철썩거리는 파도는 왔다갔다 맴돈다. 주민들은 겨울을 맞이할 이맘때면 시큰한 바람 쐬러 바다에 한걸음 달려갔을 터인데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잃어버린 안식처, '개다리폭포'를 찾았다.

개다리폭포는 하얏트 호텔 서쪽 벼랑 아래에 자리했다. 관광단지를 만든다며 마을 땅을 뭉텅뭉텅 내준게 벌써 20년은 훌쩍 넘었다. 제 집 드나들 듯 하던 곳이 비밀스러운 장소가 '돼 버린' 까닭에 아스라한 기억도 황량하다.

번지르르한 건물들의 눈치쯤 어떻고, 가슴 허한 추억이 됐다 한들 어쩌랴. 겨울 바다는 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주섬주섬 찾으면 될 일이다.

▲ 폭포 바로 서측에 자리한 조른모살은 돌병풍이 감싼듯한 형상으로 진모살(중문해수욕장)과 사뭇 다른 매력이 있다.
'개다리'는 조른모살과 중문해수욕장 사이 절벽에 계단으로 만든 길을 일컫는다. 이 길이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마을 뭍에서 바다로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다.

그 아래로 꽐꽐 흐르는 폭포 이름이 개다리폭포다. 서귀포시 안에 유명한 3대 폭포(천제연·천지연·정방)와 비교하면 조촐하나, 한적한 해변가에 역동성을 부여하기는 매한가지다.

폭포수는 너비가 겨우 1m 남짓한 개울에서 졸졸거리다, 바다를 향해 수직방향으로 힘차게 내던진다. 30m 높이에서 시커먼 바위 사이로 그 후련함이 하얗게 부서진다. 폭포가 흐르는 바다 길따라 생명력을 키우고 있는 풀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폭포는 초록도 담았다.

▲ 폭포 물이 흐르는 바다 길따라 생명력을 키우고 있는 풀들.
개다리폭포는 예전에 처서와 백중 때 물맞이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종기 예방에 탁월한 '약효'로 입소문도 탔다. 딱히 놀 것 없던 아이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도 했다.

폭포 바로 인근에는 '훌근머을'이라 불리는 바위덩어리 지대가 펼쳐지는데, "이곳에 서식하는 고기들이 많아 낚시하기에도 알맞은 포인트였다"고 주민들이 일러준다.

시선을 서쪽으로 틀면, 여느 해수욕장 못지 않은 해변이 펼쳐진다. '진모살'(중문해수욕장)보다 길이가 짧다하여 '조른모살'이다. 병풍처럼 깎아지른 절벽들이 감싼 듯한 형상이 진모살과 사뭇 다른 매력이다. 물론, 폭포가 여기에 운치를 더 한다.

가는 길은 두 방향이 있다. 하얏트 호텔 안 서쪽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로는 5분이면 금방 다다른다. 한적한 겨울산책을 해볼 요량이면 색달동 하수처리장 입구에서 갯깍 주상절리, 조른모살을 관통하는 코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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