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릴레이 인터뷰] 빛고운 강정에 살어리랏다
첫번째 만남, 제주해군기지 평화 메신저 최성희씨

강정마을은 ‘해군기지’의 주요 키워드다. 그 곳은 갈등과 번민, 투쟁이 얼룩진 땅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되묻는다. 진정 우리는 강정을 알고 있는가. “우린 잠시 땅을 맡는 것일 뿐, 소중하고 아름답게 지켰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희망에 절은 주민들의 절규가 벌써 3년 째 접어든다. 강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묻어난 삶의 향기들에 빛고운 강정이 성큼 다가왔다. <편집자>         

 

▲ 중덕 바닷가 앞에 펼침막.

 

▷ ‘거창한 논리’도 모두 필요없었다

“강정마을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강정에서 만난 평화운동가 최성희씨가 건넨 말이다. 그녀는 아버지 일화에 빗댔다. “늘상 국방이 우선이라 주장하는” 보수적인 아버지가 얼마전 딸애가 걱정이 되어 강정에 다녀갔다. “평화운동일랑 접어라”고 단단히 벼르던 아버지는 해군기지 예정부지 중덕 바닷가를 거닐며 이렇게 말했단다. “네 말이 맞다, 여기에 해군기지를 짓는 건 차마 못할 짓이구나.” 그렇듯한 논리도, 거창한 이론도 필요없었다. 정작 농사꾼 아들인 그를 설득한 건 바로 대자연이었다.

인천이 고향인 최성희 씨는 강정마을에 벌써 네 번째 방문을 이어갔다. 지난 4월8일부터는 강정마을에 살면서 이곳 소식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991년 미국에 창설된 비정부기구(NGO) ‘우주의 무기와 핵무기를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자문위원이자, 평화운동가다. 지금은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인에게 제주해군기지 소식을 가장 가깝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군사기지 이슈도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다가, 한국에 온 지는 2년 가까이 됐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이슈를 처음 접한 건 지난 2007년 6월, 현애자 전 국회의원의 단식 농성 때였죠.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고, 제주해군기지가 아시아태평양 무기 경쟁을 강화시키는 세계적인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최성희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 “해군기지, 곧 군수산업체에 이득”

최씨는 다부진 표정에 자분자분 말을 이어갔다. “제주해군기지는 세계 군수시장을 선점한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이윤만 가져다 줄 뿐입니다.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입니다. 우주사령부가 있는 콜로라도 주에는 주민 절반이 군수산업에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산업 기반이 전쟁에 기대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은 미력하지만, 한국에 전자기업들도 군수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죠. 그 예로 실제 삼성 탈레스사는 이지스구축함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먼 땅, 미국 이야기에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자, “세계 평화 이슈를 지역적인 이슈로만 맴도는 것은 해군이 바로 원하는 전략”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 이슈들이 민주적인 절차 문제라든지, 법정 문제들로 국한되는 것에 늘 안타까웠다”면서 “오키나와의 평화가 제주평화이듯, 제주평화가 곧 세계 평화인 도덕적,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꺼내들었다. 그가 활동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전세계 평화운동가들에게 미국 워싱턴 남한 대사관에 제주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내도록 ‘압력’ 행사를 펼칠 때였다. 실제 항의 전화를 걸었던 미국 주민들 2명은 남한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우리한테 전화하지 말고, 미국 국방부에 전화해라, 그들이 원하는 거다”라는 똑같은 답변을 받았다.

권위있는 캐나다 석학, 마이클 초스도프스키의 글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1999년부터 해상을 군사 전략화하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 안에 제주도는 중국을 위협하고 석유해상수송로를 막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라는 글귀를 인용했다. 단 한 구절이었지만, 멀고 먼 제주를 거론한 이유에 그는 집중했다.

 

▲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제주해군기지 반대’ 국제 서명 명단. 700명이 넘는 세계인들이 동참했다.

 

▷ 강정마을, 무한한 배움의 보고

모든 짐이 강정 주민들 어깨에 놓여 있다. “해군기지는 곧 나의 문제이고, 인간인 이상 우리의 문제”라던 그는 “말 없는 소중한 생명들을 죽이고 파괴하면서 해군기지를 지을 수 있지만, 누가 작은 생명을 대신해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에서 지내며 국제 소식을 전했지만, 주민들로부터 배운 게 더 많다고 그는 말했다. “주민들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보다 실체적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숭고한 무엇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소라나 오분자기를 구워주시면 절로 겸허해지죠. 한달은 너무 짧았습니다. 무한한 배움의 보고인 까닭입니다.”

최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강정마을을 아쉬운 듯 떠났다. “이분들의 삶을 지키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것과 똑같다”는 그녀.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카 모아나 누이(Ka Moana Nui)’라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말을 소개했다. “환태평양을 헤게모니가 아닌 연대로서 뭉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류를 위한 중요한 싸움에 응원을 보냅니다.”

※ 개인 신변상의 이유로, 최성희 씨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개인 블로그 주소는 http://www.nobasestorieskorea.blogspot.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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