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강정에 살어리랏다 ④ 김민수씨

 

▲ 애니메이터 김민수씨.

 

강정마을에 들어서면 해군기지 깃발이 내걸린 삼엄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앙증맞은 그림들이 여기저기 채색돼 있다. 방문객들은 누구나 벽화들이 던지는 메시지로, 강정마을에 쉽게 다가선다. ‘투쟁’ 이미지의 완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애니메이터 김민수(31) 씨는 강정마을을 너무 무겁지 않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그의 표현대로 “몸으로 때우는 일”은 온전히 그의 몫으로 남는다.

불과 몇 달 전, 해군이 기습적인 기공식을 강행하던 1월, 예정 부지 앞에 커다랗게 내걸린 현수막도 그의 손으로 만들었다. 해군기지 예정부지인 중덕 바닷가 앞 길에 바닥에 그려놓은 그림과 벽화들도 대표적이다.

 

▲ 김민수씨.

 

김 씨는 경기도 안산시 출생이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경기도에서 만화를 그리다, 일본에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가이낙스에서 3년 가까이 일하던 애니메이터다.

그가 강정마을에 인연이 닿은 건, 1년 전 평소 알고 지내던 고권일 평화활동가로부터 내려올 것을 권유받으면서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말에 놀랐죠. 그전에는 방관자였거든요. 눈가리고 귀가리고 곰처럼 사는. 그런데, 이 문제를 보고서도 가만히 있을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선뜻, 2009년 8월 짐을 꾸려 내려왔다.

빈손을 내려오다보니 서귀포에서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배도 타고 막노동 일도 하고, 주어지는대로 일을 했어요. 익숙하지 않다보니, 일 못한다고 잘리기도 하고.”

강정마을에 지내면서 만화 작업에 영감도 얻는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하고, 이 때문에 공동체가 파괴되고…. 슬펐죠. 연인들 사이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이들도 있지 않겠어요. 그런 아픔을 그리는 만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 김민수씨가 중덕 앞 길 위에 그려 놓은 그림들.

 

그가 강정마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우선 인심 후한 주민들. 얼마전 그가 몸이 안좋을 때 주민들은 손수 보약도 지어줬단다. “바다에 가서 문어를 잡거나 오분자기 잡고, 겨울에는 불 피우면서 고구마도 구워먹고. 주민들은 정도 많아서 걱정 많이 하세요. 장가도 가고 여기서 살라고 하시죠.”

또한 강정마을 곳곳의 환경도 그를 매료시켰다. 김 씨는 “바다가 좋고 바위가 좋고, 풍광도 멋있고, 여기서 나는 냄새도 좋다”면서 설명했다.

얼마 전부터 중덕 바닷가에 음료를 내다 팔고 있다. 수익 10%는 마을회에 돌아가고 나머지 기금은 투쟁기금에 쓰인다. 장사를 하면서 서명대를 관리하는 일도 함께 맡는다. 하루 2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꼭꼭 서명을 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어렵지 않다, 모든걸 비우면서 산다, 하기 싫은 일은 원래 하지 않는게 제 신조다”라고 말했다.

그는 늘 해군기지 문제의 해결 방식에 화가 난다. “정부는 삽질만하려고 무작정 들이대고 있죠. 정당한 법과 절차를 거치고서 합법적으로 해군기지를 건설해야죠.”

그에게 동반자나 다름 없는 주민들에게 몇 마디 건넸다. “앞으로 이게 얼마나 길게 싸울지 모르겠지만, 강정 주민들 하나하나가 아직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뜻을 모아서 하나로 뭉쳤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을 바다에 내던지지 말고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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