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파원] 차근영 시민기자

 

▷ 영국 five ways 역
흔히 '영국'을 생각하면 런던을 떠올린다. 템즈강, 빅벤(big ben), 버킹엄궁전 등등. 유학을 계획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런던만 생각했다.  

하지만 학업에 집중하고자 한국인이 많이 사는 런던을 피한 결과는 영국 제2의 공업도시라는 '버밍엄'이었다.

버밍엄은 외국인 비율이 영국에서 가장 많은 도시지만, 대부분이 인디언 계통으로 아시아인은 적은 편이다. 어학공부를 위해 몸담고 있는 학교도 한국인은 열명 뿐이다.

더구나 숙소도 1시간30분 동안 기차로 이동해야 할 만큼 도시 외곽에 있는데다 아시아인은 커녕 외국인을 찾아볼 수 없으니 언제나 혼자인 영국 생활이다.

오늘은 버밍엄 교통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본과 필리핀에서 거주 경험이 있어 자신감 하나만 가지고 영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이 바로 '교통' 이었다.

버밍엄의 대중교통 수단은 크게 버스, 기차, 택시, 전차 4가지로 나뉜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용하지만 처음에는 서 있는 기차를 타기도 힘들었고, 내리지도 못해 몇 정거장을 지나가기 태반이었다.

"기차가 정차할 때 문이 열리면 타면 되고, 정거장에 도착하면 내리는거 아니냐?"고 의아하겠지만 사소한 문화의 차이는 제법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기차를 탈 때는 이어진 줄에 맞춰 섰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승차할 수 있다. 하지만 기차가 멈춰서고 나서, 열려야 할 문이 열리지 않았다. 처음엔 고장났다고 생각해 다른 칸으로 옮겼지만 그 문 역시 닫혀 있었다.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쾌속열차도 아닌데 정차 한 열차문이 열리지 않다니. 정거장은 계속 지나가고 차창 밖은 점점 낯선 지역을 비추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안되는 영어로 한 여자 승객에게 다가가 물었다.

"기차가 서도 문이 열리지가 않네요?"

"버튼을 누르셨나요?"

순간 당황했다

"무슨 버튼이요?"

"문 옆에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아요" 

▷ 영국은 버튼으로 기차 문을 연다.
그렇다.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비상시에 버튼을 누르고 내리지만 여기는 구조가 반대다.  

그 말을 기억하며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지켜보던 그 여자 승객이 와서 버튼을 눌러 주자 신기하게 문이 열렸다.

그 여자 승객은 "버튼을 그냥 누르면 안되고, 불빛이 들어온 후에 눌러야 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섯 정거장이 지난 후에야 소들이 울고 있는 어느 시골 마을에 가까스로 내릴 수 있었다.

영국인은 승객이 내리지 않는 곳은 굳이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빨리 지나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리고 싶은 승객이 있으면 버튼을 누르죠. 그렇지 않으면 지나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굳이 서 있을 이유가 없죠"

학교에 도착해서 설명을 들으니 고개를 끄덕여졌다.

기차가 정차하면 자동적으로 문이 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와 정반대의 사고방식이다.

다만 영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해 '내리고 싶으신 분은 버튼을 눌러 주세요' 라는 안내 표지판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차근영 시민기자>

※ 차근영 씨는 현재 영국 버밍엄에서 어학연수 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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