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토위, 11일 재결 결정…해군기지 토지 강제 수용
‘최우수 화훼단지’ 명성 잃을 위기…임차농도 ‘울상’

▲ 해군기지 건설로 토지 강제 수용에 들어갈 예정 부지 일대 모습.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 일대가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따른 토지 강제 수용에 들어간다. 이 지역은 정부가 전국에서 ‘최우수’로 꼽은 강정화훼수출단지가 포함된 데다, 수 년간 밭을 일궈온 임차농들이 속수무책으로 쫓겨나게 돼,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행정소송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11일 해군기지 예정부지 건설에 따른 재결을 결정했다. 앞서 해군은 해군기지 예정 부지에서 협의 되지 않은 토지를 대상으로 강제 수용을 위한 재결을 신청했다. 현재 협의가 되지 않은 토지는 전체 사유지 면적 27만7604㎡(187필지)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3만2460㎡다. 토지 소유주는 103명 중 64명이 거부한 상태다.

▷ 강정화훼단지 육성할 땐 언제고…

문제는 강제 수용 지역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최우수’로 인정받는 화훼단지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는 해군기지 예정부지에 편입된 강정화훼수출단지를 지난 2009년과 2010년, 전국 최우수 원예전문생산단지로 선정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영예를 안은 셈이다. 강정화훼단지는 수출 신장 노력이나 규모화를 인정받으면서, 정부로부터 수출 물류비 혜택(307원/kg)과 선진물류조사 기회도 받아냈다.

이처럼 규모화와 수출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정화훼단지(11만5500㎡)가 전체 42%가 넘는 땅(4만9500㎡)을 해군기지에 내주게 돼, 명성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화훼를 재배하기 적합해, 상실감이 더욱 크다.

윤용필 강정마을토지주대책위 위원장은 “해군기지 예정부지인 강정화훼단지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일조량이 좋고 토질이 좋아서, 마을 윗 동네에 재배하는 것보다 생산비(난방비) 절감은 물론, 수확량도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보상차원의 반대가 아니라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한 차원”이라고 항의했다.

▲ 지난 4월19일, 토지주대책위원회는 해군기지 강제수용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토지 강제 수용으로 잃게 될 노인 일자리도 아쉬운 대목이다. 농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잦은 손이 가는 화훼 경작은 3300㎡(1000평)에 한해 60명이 넘는 고용효과가 발생한다. 윤 위원장은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정작 이 분들의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주민들은 일하기 위해 애써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소외된 임차농, 영농보상비도 ‘힘들어’

땅이라도 있는 주민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7년째 농사를 짓는 임차농 고모씨(49)는 빌려 지은 땅이 강제 수용 부지에 속하면서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는 “땅 있는 사람들이야 보상금 받아 어디 가서 뭔들 하겠지만, 나처럼 길거리에 내몰릴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게 막막하다”면서 “당장은 생계를 이어야 하는데 턱없이 적은 보상금으로 땅을 살 엄두도 못낸다”고 토로했다.

이런 처지는 고 씨만이 아니다. 애써 가꾼 땅이 강제 수용 부지에 속한 임차농들은 무려 15명이 넘는다. 대부분 몇 년간 비닐하우스를 지어 화훼 또는 원예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다. 이들은 대략 1㎡당 3000원 수준인 2년치 영농손실보상금을 받고 땅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영농손실보상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보상금을 받으려면, 임차농은 공영도매시장 증명서나 세금납부영수증 등을 통해 2년치 농산물 매출액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위탁 상회에 출하하거나 중간 상인을 거치면서 소득을 증명할 길이 없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임차농이 땅 주인의 인감을 받아야 2년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애를 태우고 있다. 인감을 받지 못하면 보상금을 땅 주인과 임차농이 나눠 갖는다.

때문에 주민들은 수용 재결서를 받더라도, 수용재결 불복에 따른 이의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토지주대책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긴급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토지주대책위 관계자는 “대부분 농사로 인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기 때문에, 앞으로 보상 협의를 받아 들일 가능성은 적다”고 내비쳤다.

해군기지 토지 보상업무를 대신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탁에 들어갈 시점이 7월12일로, 6월말부터 7월초까지 협의를 이끌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제대로 성사될 지 전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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