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파원] 차근영의 영국이야기

△ 영국 버밍엄의 edgbaston 내 공원
From the cradle to the grave.

우리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교육과 복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은 복지가 좋은 나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초-중-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이며, 모든 대학교는 국립인 동시에 자신이 학비의 1/3만 지불하면 된다. 의료 또한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

단순히 겉모습만 보면 정말 매력적이지만, 실상을 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영국의 비정규직과 취업난 문제는 한국보다 심각하면 심각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한 영국 여성의 자살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이 여성은 대학을 졸업하고 100여 곳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결국 레스토랑 웨이트리스까지 지원했지만 그 마저도 떨어져,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지금 이 곳은 많은 이슬람, 동유럽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해 영국인조차 ‘job’을 구하기가 힘들다. 새로운 비자법 시행으로 현행 주 20시간인 외국인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주 10시간으로 줄이고,랭귀지스쿨 입학자격을 중급이상의 레벨로 올려, 외국인 학생들의 유입을 줄이고 있다.

어느 고용주가 일주일에 10시간만 일하는 사람을 고용하겠는가? 외국인 학생들은 영국에서 돈을 쓰되 벌지는 말라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조차 제한할 정도로 영국 고용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유층과 빈곤층의 빈부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빈곤층의 대부분은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수준이다.

△ 영국 버밍엄의 edgbaston 내 공원
사진은 버밍엄의 ‘edgbaston’이라는 마을의 공원사진이다. 이곳은 한 마을에 백인 부유층과 빈곤층 흑인, 유색인종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다.

빈부격차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edgbaston의 우범지역으로 불리는 곳에 직접 가보았다. 그 곳은 영국인들도 가지 않는다는 위험한 곳이다. 저녁이면 더 생생히 확인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낮에 방문했다.

 

화려한 집과 수려한 공원을 뒤로 한 채, 어느새 우범지역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신호등을 찾아봤지만 큰 도로에 신호등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참을 헤맨 끝에 지하도를 찾았지만 입구 앞에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edgbaston 내 우범지대 지하도
그 곳은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져있어 악취가 진동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분명 낮인데도 불구하고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위를 살피고 조심스레 지하도를 건넜을 무렵,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큰 공원과 아름다운 집들이 있는 반대편과 달리 이곳은 허름한 집과 그네 하나만 있는 낡은 놀이터가 전부였다. 백인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흑인과 아랍인 몇 명만이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하도 하나를 두고서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하며, 사진을 찍고 빨리 떠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이쪽을 보던 흑인 몇 명이 고함을 지르며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들의 시뻘건 눈을 보니 지하도에서 본 주사기와 함께 ‘마약’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결국 있는 힘을 다해 줄행랑을 쳤다. 급하게 뛰는 심장이 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현재 영국은 노숙자를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며, 직업소개소(job centre plus)는 사람들이 언제나 몰려있다.

아름다운 도시환경과 복지혜택도 지금 일할 곳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근영 시민기자>

※ 차근영 씨는 현재 영국 버밍엄에서 어학연수 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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