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 살어리랏다] 현애자 전 국회의원의 눈물 연설 사연

 

▲ 현애자 전 국회의원.

 

현애자 전 국회의원(48)은 어디서나 강정마을과 늘 함께 했다. 해군기지 문제로 27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며 생(生)과 사(死)를 오갔던 그였다. “평화는 평화적 방식으로만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며, 평화는 결코 힘의 논리로 지키는 게 아니다.” 강단 있는 소신파 정치인, 그의 근황을 물었다.

고향인 대정읍 동일리에서 그는 여성 농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현 전 의원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접한 지역 현안들을 훑는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존에 하던 토종먹거리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원점 재검토한다던 야권연대 단일후보는 끝내 떨어졌다. 그리고 강정마을은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싸워 오던 믿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그는 답했다. “섭섭한 게 아니라, 가슴이 아팠다”고. “선거가 또 다른 분열을 몰고 올까 불안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사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에 강정마을에 눈물을 흘리며 연설했다. 어느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또 다른 분열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의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 지지하더라도 미워하지 마십시오. ‘강정이니까 그래야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만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선거 이후에 닥칠 문제가 더 괴로웠던 까닭이다.

 

▲ 지난 2007년 7월, 현애자 전 의원의 단식농성 모습.

 

현재 해군기지 논의 흐름이 “묵살된 채” 진행되고 있다고 그는 표현했다. “해군기지 문제는 단순히 추진 절차상 논란이 아닙니다. 김태환 도정이 큰 잘못을 저지른 건, 해군기지를 제주가 선택할거냐, 말거냐를 두고 논의할 기회를 묵살한 것이죠. 우린 애초에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근민 도정의 윈윈 전략도 결국 보상 문제로 귀결될 게 뻔한거죠.”

제주가 최적지라는 견해에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제주해군기지를 결정한 노무현 대통령은 다른 지역을 검토하기도 했다”면서 “이미 군사시설이 있는 남해안 지역에 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착공을 눈 앞에 둔 해군기지가 제주를 들쑤셨던 만큼이나 도민 사회에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모든 사안은 이해관계에 의해서 찬·반이 결정됩니다. 도민들은 무관심 속 동조가 크다고 봅니다. ‘당장 나한테 불이익이 없으니까’란 생각. 국가에 대한 막연한 신뢰도 있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없는 것보다 낫겠지라는 생각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그는 강정마을을 틈나는대로 방문한다. “양심은 같이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서, 더 큰 정치적인 힘으로 도와야 하는데,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한 마음으로 살고 있죠.” 그는 안타까운 듯 전했다.

우근민 도정에 “책임 있는 정책 판단”을 요구했다. “국방부 입장을 받아들여 군사기지가 있는 섬으로 갈 건지, 진정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인지 소신있게 정책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그는 제주도의 수장이라면, 응당 도민의 안녕과 이익이 최고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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