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권일 / 강정마을 실무위원

▲ 고권일 실무위원.

해군이 점점 무리수를 두려 하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7대경관에 등재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제주도민들의 정서가 자연보호쪽으로 기울어 해군기지의 당위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유수면 매립에 관한 소송과 절대보전지역 해제에 따른 무효 항소가 진행중임에도 중덕바닷가의 아름다운 바위를 굴착기를 집어넣어 깨부수는 행태를 보였다.

해군이 좀 더 당당한 입장이라면 완공시기만 문제 삼지 말고 법적 소송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는 큰 그림으로 보아야 할 때가 왔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합의했다고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승자는 중국이다. 남한이 포기한 햇볕정책을 중국이 북한에게 하면서 나진항을 얻어냈고 내정간섭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북한의 중국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나진항을 개발하면서 50년 사용권을 얻어 생명선을 동해까지 확장시키려한다. 그 생명선을 배타적 경제수역과 비슷한 개념으로 적용시키며 중국의 상선과 군함들이 동해에 진출하게 되면 남한에서의 미군 감축이나 철수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2020년쯤이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즉 2020년 이 후에는 미국의 자본이 중국의 자본에 의해 움직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의 외교력은 미국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의 자체분석이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후퇴 할 것이고 한 때 미국의 정책에 의해 북한이 고립되었듯이 중국에 의해 남한이 고립될 것이다.미국이 진정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싶었다면 북한을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포용했어야 했다.적어도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지 않도록 독자적 노선을 걷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했다.

지금이라도 남한정부는 북한과 회담을 열어 영속적인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북한의 나진항을 중국에 넘기지 못하도록 남한이 그 항구의 사용권을 따내는 것은 어떨까. 많은 대가를 치르겠지만 결코 일방적인 손해가 아니다.

북한의 지하자원가치가 현재 시세로도 7천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수입하고 남한은 북한에 식량과 생필품을 수출하면 된다. 나진항 사용권을 얻어 북한의 생산품을 적극적으로 서방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주면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남한도 대미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반도의 통일과 자주성이 확보되는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이러한 조건으로 북한의 핵문제와 장거리미사일 제한 협상을 내밀어야 문제가 본질적으로 접근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제안에 북한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남·북한이 손을 잡을 때, 그 잡은 손이 굳건할수록 중국도 미국도 한반도에 개입할 개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우리가 북한과 분리정책을 쓰면 쓸수록 미국은 남한을 중국은 북한을 종속하려 든다는 것이 이제 증명되지 않았나.

이제 정부는 대중국, 대북한 강경책이 실패했음을 인정 해야만 할 것이다. 처음 노렸던 북한의 붕괴는 오지 않았고 중국의 야망만 키운 꼴이 됐다. 조선일보같은 보수의 대명사격 논객조차 현정부의 강경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고 미국언론에서도 이명박정권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 기조를 유지 한다면 그 끝은 전쟁이거나 외교적 고립밖에 없게 된다.

물론 3대세습을 노리는 북한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빨갱이’라 칭하며 북한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이데올로기는 한반도의 안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이 경각을 향해 치닫고 있다. 100년은커녕 10년의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한반도의 전쟁준비태세와 무기들의 대량살상능력은 과거 2차대전때와는 격이 다르다. 만약 또다시 한반도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난다면 6.25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참극이 될 것이고 핵까지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대한민국 자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쟁을 피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 해군이 강정마을에 조성 예정 중인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함정 20여척과 대형 크루즈 선박 2대가 들어설 수 있는 민군복합시설로 지어진다.

 

제주도는 4계절이 존재하는 위도에서 가장 완벽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섬으로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라는 3대 자연과학부문 타이틀을 다 얻어내어 국제적 위상이 높여졌다.

거기에다 세계7대경관선정에서 1,2차 선별작업을 통해 유수한 세계적 경관들을 물리치고 최종 28개 후보에 올랐고 인터넷투표를 통해 14위까지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고르바쵸프 전 소련대통령의 방문을 시작으로 그가 다녀간 길을 평화로로 명명하고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며 군비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동북아의 한복판에 있는 섬으로 각종 국제회의와 여러차례의 정상회담을 유치해 내며 동북아의 완충지대로의 역할을 성공리에 해내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에, 세계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도에 UN의 산하 환경조직이나 UN의 아시아 지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세계적인 환경단체와 평화단체 본부나 지부를 적극 유치하여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환경의 성지로 만들어 놓으면 국제적인 불가침지역이 조성될 것이고 그로인해 한반도의 긴장도 완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고 국격도 드높일 수 있고 안보를 위한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해도 국민들이 불안에 잠 못 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첫째 조건이 ‘제주도의 비무장선언’이 되어야한다. 무장을 한다 하더라도 치안활동을 위한 국제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고 국제정세가 어지러워 군대가 필요하다해도 UN이 다국적 치안 유지군을 파견하여 제주도를 수호 할 때 그 어떤 세력도 한반도에 대한 도발을 꿈꾸지 못하게 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제주도의 군사화와 요새화를 허용하는 것은 진주목걸이를 오물통에 버리는 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

이제 힘의 논리에 취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파병을 많이 하는 국가. 무기 수출로 군산 복합체를 살찌워 죽음의 상인이 판을 치는 국가의 오명을 털자. 우리가 만든 무기로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살육이 일어난다면 그 돈으로 우리가 아무리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게 된들 우리의 영혼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고 했지 않은가. 안보논리가 지나치면 그 총칼이 도리어 우리의 목을 죄어올 것이다. 우리의 몸을 중무장한 갑옷으로 두르고 칼을 옆에 차야지만 잠을 청할 수 있다면 그 것은 이미 평화가 아니다.

4500만 인구에 60만 대군이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 백명당 군인이 1명이 넘어 400명당 1명 정도가 적정수준이라는 기준치를 훨씬 상회한 초무장 상태다. 하지만 분단상황에 주변국 정세 때문에 쉽게 총을 내려놓지도 못한다. 그러니 그럴수록 제주도의 비무장 선언이야말로 주변국의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자체를 비무장하자는 것이 아니니 안보논리에 위배 되지도 않는다.

주변강국의 힘에 똑같은 힘의 논리로 맞상대 하려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더욱이 미국에 의존한 안보논리는 영원히 우리나라를 종속된 국가로 규정짓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져 자신들보다 중국의 외교력이 커지게 되면 국익을 위해 가차없이 우리나라를 등 돌릴 확률도 높다.

이런 불안정한 안보를 위해 스스로의 간과 쓸개를 다 떼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에 맞게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하는 방법은 중립선언이다. 주변국 모두에게 등거리외교를 선언하고 한반도 문제를 우리 스스로 풀어나가야 된다. 그 길만이 한미FTA, MD문제, 핵우산문제등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많은 외교적문제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해군기지와 대양해군은 대중국 강경책의 핵심이다. 현정부가 새로이 추진하는 국가관리항 10개소중 5개소가 중국을 염두에 둔 항이라는 점과 그 중 3개소는 제주도에 위치하는 점도 다시 상기해야 한다.

모든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 따라서 해군은 해군기지사업추진에 급급해 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는 영민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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