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에서 만난 사람들 40] 백혜진 시민기자

▲ 제주올레 심화 아카데미 1기생.

2월 둘째주 토요일.

“얼른 일어나서 준비하세요! 클린 올레 가는 날이잖아요.” 남편의 아침잠을 깨우는 소리.

“아~ 나 혼자 정도는 안 가면 안 되나?” 추운 날씨에 일찍 일어나려니 별의별 변명거리를 찾으며 시간을 벌어본다.

“약속은 지켜야지! 얼른 일어나세요!”, “네~~~”

그래도 1분이라도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려 본다고 뒤척이는 순간, 방 밖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말 소리.

“어! 이렇게 눈이 오면 차량 운행이 안돼요. 어떻하죠?” 귀가 번쩍 뜨인다. 눈이 오고 있다. 클린 올레 담당 총무에게 전화를 돌린다.

“총무님~!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쓰레기가 보일까요? 그리고 11코스 쪽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는데...” 취소되기를 바라는 맘 조심스레 숨기며 걱정스런 척 운을 떼 본다.

결국 ‘기상악화로 이번 달 클린 올레는 취소합니다.’라는 문자가 왔고, 간세의 1인자는 쾌거를 부르며 따뜻한 이불속에서 혼자 실실 웃는다.

어쩌다 한번 참석도 날씨에 따라 귀찮아 지기도 하고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피하게 되는 강요가 없는 봉사이지만 2년째 꾸준히 올레길을 정화하는 일을 하고 있는 팀이 있다.

제주올레 심화 아카데미 1기생들이다.

제주올레에서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언어, 자연, 음식, 식생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제주 문화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올레꾼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은 일반 과정과 심화 과정 두 단계로 분리하여 일반 과정 수료자를 기준으로 더 심도 깊은 내용과 현장체험 학습으로 강화 교육을 한다.

대부분 심화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들은 올레길 안내 길동무는 물론 자발적 자원 봉사를 전담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수료자들 중에는 직업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올레의 감동이 제주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현학적 태도가 되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찾게 된 계기도 많다.

올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제주를 제대로 알고 알려주며, 올레를 지키는 몫을 단단히 해 내고 있는 사람들 중 심화 교육팀을 꼽고 싶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정신으로 제주를 배우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 가지라도 더 전해주는 역할과 더불어 사랑하는 길을 가꾸고 정화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들 중에는 매월 클린 올레 참석을 위해 멀리 전주에서 일부러 참석을 꾸준히 해 온 모 대학 교수님도 계시며 가족과 함께 참여하여 길을 사랑하는 법을 나누기도 한다.

제주올레 사진 전담 봉사자 강 올레님은 육십이 훨 넘으신 개인택시 사업을 하시는 분이다. 제주올레 관련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사업도 팽개치는 올레 자원봉사자이다.

2009년 12월 ‘ICC제주와 함께하는 제주올레 문화 페스티벌 사진 공모전’에서 당당히 금상 수상한 실력은 올레의 자연을 담은 사진으로 전국의 올레꾼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뿐더러 모든 행사의 사진을 찍고는 일일이 자비로 현상을 하여 나눠 주신다. 어쩌다 한 번은 쉬울지 모른다. 한 번을 거르지 않는 봉사는 인사치레가 아닌 진실된 사랑의 표현이다.

강 올레님의 사모님은 아카데미 교육생 출신은 아니지만 클린 올레만은 꼭 참석하시는 올레길의 천사이다. 맛난 간식을 챙겨 일일이 나눠 주시는 성격은 부창부수인가 보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그렇지 않은가 자발적 봉사의 한계는 있지만 처음 마음을 더 키워가는 이들의 진솔함이 존경스럽다.

2월 셋째주. 지난 주 취소된 클린 올레 일정이 다시 잡혔다. 기상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취소 됐지만 거르는 일이 없는 심화반의 봉사는 여지없이 진행형이다. 내 자신 스스로 '갈까 말까' 망설였던 순간에 대한 죄책감은 적극적 출행으로 이어졌다.

좋은 일을 할 때는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발걸음이 가볍다. 작업용 목장갑을 끼고 집게와 쓰레기봉투가 손에 들려졌다. 쓰레기 하나 하나가 쌓이는 만큼 올레길 자연이 겪는 고통의 무게가 실린다. 걷는 사람들의 증가로 시골 구석 구석 우리 제주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는 시점에 마을 후미진 곳에 몰래 투기한 쓰레기며 불법 소각의 흔적들을 보며 뭔가 치부를 들킨 듯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날로 제주의 가치가 상승하는 시점에 아직도 자연사랑 불감증 환자는 너무도 많다. 언제까지고 봉사자들만 의지할 수 없는 동네 정화부분은 읍면 단위 행정기관에서는 앞장서야 할 것 같다. 마을길 공구리 하는데 쏟는 여력이면 쓰레기에 대한 대 마을 주민 의식 고취에 대한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꾸준히 이어온 자발적 봉사팀에 끼어 하루 좋은 일 했다고 큰 소리 치는 것 같지만, 곪고 있는 우리들의 속살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전체가 썩는 흉물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커진다. 심화팀의 클린올레는 매일 각자 이뤄지고 있으며 함께하는 일정은 매월 둘째 주이다. 참여 자격은 올레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