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권일 / 강정마을 실무위원

▲ 고권일 실무위원.

어제 국회에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정 중 발생한 절대보전지역해제에 따른 무효 확인 소송에서 강정주민이 원고부적격으로 소각하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사법부의 무책임성에 대한 여러 각도의 비판과 사법 불신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있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밝은 국회 환경부 신문’ 대표이자 취재국장인 한 여성이 질의시간에 “자신은 이 판결이 당연 한 것이라고 본다. 안보문제이기 때문이다. 안보가 최우선인데 국민의 기본권을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발언을 하여 토론장이 잠시 소란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나는 이 소동을 보며 참으로 난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안보문제이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한다’라는 논리는 너무도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단 한 사람만의 문제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동조하면 국가권력이 도를 넘어서 국민의 자유를 억누르는 전제국가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제주에 들어서는 해군기지가 어떤 안보논리로 건설되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부의 설명도 없었다.

단지 나름대로 유추해보자면 이렇다. 1958년도에 북한이 중국의 사막에서 핵실험을 성공했다. 그 때부터 북한의 핵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60년대 중반에 북한이 핵 운반체인 발사체 개발에 들어간다.

당시의 남한으로서는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했고 그 한 가지가 핵 맞대응 개발이었고 나머지 한 가지가 제주에 전략공군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핵개발은 미국의 집요한 방해로 포기되었고 남은 것은 전략공군 설치였다.

하지만 장거리 폭격능력이 없었던 당시의 남한은 본토가 핵공격을 당했을 때 반격 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능력을 갖춘 미 공군이 제주도에 기지를 건설하면 핵억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미국에 요청하게 된다.

미국은 공군만 편재될 경우 방어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해군이 같이 주둔해야 한다고 했고 기지건설과 함께 막대한 주둔비용을 요구했다. 결국 비용적인 문제로 박정희정부는 제주에 기지건설을 포기한다.

1993년 해군이 대양해군건설을 표방하며 제주의 군사기지화가 다시 도마에 오른다. 3개의 전략기동함대를 창설하는 것이 주요골자로 동북아의 해상전력 강화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나아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 가는 만큼 그 전력으로 태평양의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논리였다.

여기서 안보의 관점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G20에 속한 국가들이 모두 자신들의 경제력만큼 군사력을 파견하여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미국이 세계경찰국가로서 군사력강화 필요성을 강조할 때 쓰는 논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나머지 국가는 자신들이 위협받지 않는 범주에서의 군사력을 갖는데 그치려 하는 것이 대세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대양해군을 표방하며 태평양 평화에 이바지하는 해군이 되겠다고 한 것일까.

태평양평화에 군사력이 아닌 문화교류, 외교, 경제협력 등으로 기여 할 방법도 많은데 굳이 군사력으로 이바지 하겠다는 발상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넘어선 적극적인 군사 파병공조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계획이라고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대양해군계획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안보의 개념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판단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전략기동함대의 창설목표가 남·북간 전쟁억제력 확보이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처럼 북핵공격시 보복기지 차원이었으면 국민들이 좀 더 납득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북한은 사정거리 2500Km 미사일을 전력화했기 때문에 어디에 기지가 건설하든 타격능력을 갖추어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다른 이유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남한정부수립 이래 한 번 도 문제시 되지 않았던 남방수송로 보호문제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작년에 정부가 제주지역 3개소(강정, 화순, 추자)를 국가관리항으로 지정하며 지정이유를 ‘중국에 가까워 국가가 관리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힌다. 결국 강정해군기지는 대중국 견제용임을 정부가 처음으로 실토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대중국 견제기지라면 얼마만큼의 안보비용이 들어가야 안정적인 전쟁억제력이 발생 하겠는가 라는 의문이다.

내 머리로는 답이 안 떠오른다. 현재 남한의 모든 국방비를 다 쏟아부어도 아니 현재 국방비의 3배쯤 투자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대중국 전쟁억제력은 얻기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미국의 군사력을 끌어다 제주에 배치시키는 것. 제주해군기지가 대중국용으로 건설되는 것이라면 건설 된 후 명확한 전쟁억제력을 얻기 위한 방법은 미군이 배치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중국 전쟁억제전략이 미군이 아닌 우리나라가 원해서 배치될 경우 제주에 배치될 미군의 주둔비용 또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한다.

박정희 정권때는 그나마 한반도의 전쟁억제차원의 전략기지였기에 필요성이 좀 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다지 명확한 필요성도 없는 대중국 전략으로 또다시 국민의 귀중한 혈세를 미군주둔비용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

분명 이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국 초승달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건설되는 기지임이 분명할 터인데 한국정부가 필요해서 지어지는 것처럼 포장되어 향후 미국의 주둔비용부담까지 책임질 만큼 중국과 외교관계가 악화일로에 있기라도 한 것일까.

장차 공군기지까지 가세 할 수밖에 없고 MD기지로 발전 할 수밖에 없는 제주도는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붓고 난 뒤 단지 미국이 쓰다버리는 장기말로서의 가치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다시 한 번 그 기자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당신이 그토록 주장하는 안보는 무엇을 위한 안보인지. 그 안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진짜로 대한민국의 번영과 직결되는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퇴보 할수록 사회는 생명력을 잃고 탄력을 잃어 경제가 후퇴 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은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들이 케인스 경제학을 기초로 발전시킨 개념이다.

진정한 안보는 튼튼한 경제에서 나오고 튼튼한 경제는 안정된 사회에서 나오고 안정된 사회는 복지가 보장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따라서 사법부는 헌법이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데 사명감을 갖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길 만이 대한민국을 번영과 안정의 길로 이끄는 첩경이란 점을 다시 한 번 호소 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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