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에서 만난 사람들 42>백혜진 시민기자

쌀쌀한 봄바람이라지만 이리 저리 비죽이 나오기 시작한 여린 새 잎들과 색색의 들꽃들은 이미 마음속에 봄을 자리 잡게 했다.
괜스레  바다만 보며 먼 곳을 동경하던 즈음 남편의 배려로 비행기표와 봄바람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울 안국동에서의 제주올레 조랑말 ‘간세인형’전시회의 명목이었지만 내게는 달콤한 마쉬멜론 같은 기회였다.

나름 올레를 통해 그리고 숙소운영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연들과의 만남도 내심 기대하며 상경했다.
먼저 명목을 위해 들린 안국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링크를 찾았다. 
주말이어서인지 인산인해의 거리는 그곳이 명소임을 알려주는 듯 했다.
거리마다 줄지어선 맛난 음식점들, 특이한 소품점, 외국거리 느낌의 상가들, 그러다가 턱하니 나타나는 오래된 한옥 마을.....
갤러리를 찾아 헤매다 만난 제주올레 리본은 순간 올레길을 걷는 착각과 함께 얼마나 반가웠던지, 오히려 먼 땅 서울 거리에서 제주올레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순간이었다.
제주의 ‘간세’가 전시된 한옥 갤러리를 들어선 순간의 느낌은 뭉클 그 자체였다.
그동안 공방에서 한땀 한땀 바느질로 만들어 내는 각양각색의 간세인형을 보아온 터, 서울 어느 갤러리에 모인 간세 전시 한마당은 나로 하여금 가슴 벅찬 만남과 같았다.

수고한다는 인사에 “너무 재밌고 행복해요. 할 줄 아는 건 바느질 밖에 없는 나 같은 주부가 유명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와 주니 힘든 것도 모르겠어요”라며 안묘원 공방팀장님은 한껏 웃는다.  모두의 얼굴엔 행복 그 자체였다.


제주 올레길을 사랑하는 올레꾼들도 모여들기 시작했고, 서울 안국동엔 새로운 올레길이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첫날 개장 행사에는 참여를 못했지만, 여러 명사들의 참여와 올레 후원자, 후원기업들의 참여로 이색 경매행사는 재밌는 이벤트의 하나였다.

제주의 푸른 들판을 꼬닥 꼬닥 걷던  조랑말이 서울까지 상경했다.
‘생명을 깁는 따뜻한 바느질 전’의 주인공은 조랑말 ‘간세’와 작가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간세인형 공방 조합원들이다.
지식경제부가 공모했던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에 선정된 ‘간세인형 공방 조합’은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아이디어였고, 올레길의 마스코트 간세인형은 걷는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기념품의 한 종류가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정감 있는 손바느질의 만남이 고급 갤러리를 차지하고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을 줄은 상상이나 했던가.
제주에 와서만 느낄 수 있던 올레의 느낌을 서울 한 곳에서 만나는 올레향기를 그곳 올레꾼들은 행복에 들떠있었다.


물론 전시회 손님은 올레꾼들과 더불어 지역 사람들의 많은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어떤 분은 무슨 전시회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길래 목욕가방 든 채로 들어왔다가, 간세인형이 너무도 예쁘다고, 몇 개 찜을 해 놓고는 돈을 갖고 다시 방문했어요. 첫날 오셨던 분은 재활용천으로 작업을 한다는 얘길 듣고는 뒷날 헌 옷을 가득 싸 갖고 오시기도 했구요, 어린 초등학생이 스스로 모아놓은 용돈으로 간세인형을 좋아라 하며 사고 가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 했어요”라며 관계자 최승주님은 여러 준비기간의 피로한 얼굴에도 즐거워 싱글벙글 거렸다.

 정신없이 지나간 전시기간, 폐장을 앞두고 포장과 치울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기 저기 올레꾼 완장을 찬 자원봉사자들의 대거 등장은 올레의 끈끈한 정을 실감하게 했다.  일사천리 눈치껏  요소요소 자신의 일거리를 찾아가며 5일간의 북적거렸던 전시장을 새로운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비워냈다.
특이한 아이템의 전시로 많은 사람들의 재미를 더 해주었다면, 자신의 재능인 바느질이 소소한 기술이라 여겼던 평범한 주부들을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었으며, 올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자부심을 심어주는 서울 전시회였다.
‘생명을 깁는 바느질’,과 ‘정을 이어주는 간세’
꼬닥 꼬닥 전국, 아니  전 세계를 이으며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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