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유가족 여러분!

다시 4월 3입니다. 오늘은 예순 세 돌입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4.3영령들께 머리 숙여 깊이 애도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고통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후유장애 희생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서 제주 4.3사건처럼 한 지역 전체가 철저히 유린되는 큰 아픔을 겪은 곳은 제주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4.3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민선도지사로서 4.3유가족과 도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26일 근 4년 만에 4.3중앙위원회가 개최되어 2,485명의 희생자 및 유족을 추가로 결정하고, 4.3평화공원 3단계 조성추진 계획이 확정된 것은 제주4.3사건의 문제 해결을 위한 크나큰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4.3기념사업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켜주시고 이번의 4.3중앙위 결정을 가능하게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이명박 대통령님과 먼 길 제주까지 찾아주신 김황식 총리님께 제주도민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다른 진전은 그 동안 이념적 갈등을 불러왔던 대부분의 법적 소송이 종결돼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주 4.3은 이념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3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객관적 역사를 국민들께 알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주도민과 유가족 여러분 모두가 바라는 4.3가 추념일 지정은 앞당겨질 겁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4.3희생자 및 유족의 추가신고를 위한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은 아주 긴요한 과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2000년 1월 4.3특별법 제정, 2002년 3월 4.3평화공원 조성, 2003년 10월 제주4.3에 대한 대통령 사과, 2011년 1월 4.3중앙위 결정 등과 같이 4.3해결의 중요한 역사적 현장을 함께 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4.3 문제 해결에 대한 운명적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주4.3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여기에 따른 참상과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제주 4.3의 정확한 진상규명에 기초한 객관적 역사적 사실을 초.중.고교 검인정 역사교과서에 올곧게 수록하는 일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것이 제주4.3에 대한 올바른 평가에 기초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저는 제주4.3 해결이 제주공동체가 소중하게 지켜온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선결과제임을 확신합니다. 4.3해결을 통해서 도민 모두가 하나가 되고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서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꽃피울 수 있도록 4.3위령사업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습니다.

그 동안 도민 여러분과 4.3유가족 여러분께서 제주공동체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4.3해결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아픈 상처를 극복해 온 과정은 그 자체가 진실이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도민사회의 의지에 찬 노력에 4.3영령들이 함께 해 오셨기에 제주4.3의 차원 높은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모아 머리 숙여 4.3 영령들께서 따뜻한 봄볕을 받으시며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2011년 4월 3일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 봉행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우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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