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영령들이시여!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스러져간 곱디고운 임들의 넋을 기리는 후손들은 미어지는 가슴 부여잡고 제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를 봉행하옵니다.

해원을 염원하는 추모의 정이 오롯이 영령님들께 닿아 영면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난 일들을 삼가 아뢰옵니다.

지난 1월 26일 제16차 4·3중앙위원회에서 희생자 469명과 유족 2,016명이 심의·결정되어 이제 4·3희생자는 14,032명, 유족은 31,253명이 확정되었습니다. 또한 이날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추진계획안이 의결되어 평화공원의 보완을 위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만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은 4·3평화공원과 기념관은 역사교훈기행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유해발굴사업 결과 모두 396구의 유해가 차디찬 땅속에서 수습되었고, 71분은 유골로나마 사랑하는 가족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발굴유해는 정성스럽게 화장되어 이곳 제주4·3평화공원 봉안관에 안치하였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행방불명희생자 표석 264기를 추가 설치하였습니다.

유족의료비가 일부 지원되고 있으며, 장학기금적립, 제주4·3장한어머니상 시상 등 통한의 세월을 견디어 온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청소년문예공모, 역사문화아카데미 등 4·3의 진실과 교훈을 미래세대에게 올곧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교훈계승 및 교육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진상조사, 그리고 미래지향적 평화교류 등의 기념사업을 활발히 추진할 것입니다.

4월 제주의 들판은 봄의 정취를 가득 머금은 봄꽃과 대지의 온기를 품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영령님들이시여,
향기어린 봄꽃은 후손들이 바치는 헌화이며, 봄빛 아지랑이는 향불이 될 것입니다.
하오니 모든 원한 내려놓으시고, 화해와 상생의 세상에서 부디부디 영면하소서!

4·3영령님들 앞에 옷깃을 여미며 삼가 고유하나이다.

2011년 4월 3일
제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 봉행집행위원장  장  정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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