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에서 만난 사람들 43> 백혜진 시민기자

▲ 강다혜(25, 경주시)씨.
검게 그을린 얼굴에 평범해 보이는 젊은 여행자, 그러나 눈빛은 예사롭지가 않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 모습은 어떤 난관도 피해갈 것 같다.

자분자분한 말투는 듣는 이도 맛있는 말이 되어 들려온다. 한시도 앉아있지 않고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은 배려심이 깊어 보인다. 맛있는 음식도 남을 먼저 먹여주고는 자신의 입에 넣는다.

25세의 강다혜(경주시).

그녀는 실용무용을 전공한 사회 초년생이다. 누구나 그렇듯 진로에 관해 그리고 더 다양한 세상을 읽기 위해 제주여행을 택했다.

여행은 숨어있는 또 다른 자신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하지 않은가.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잘 사는 것인가란 생각을 하며 걷게 되더라구요.”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다양했다.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자신에게 질문을 갖고 오며 자연에서 그리고 좋은 사람들에게서 답을 얻고 있다.

자신이 처한 문제의 가운데 서 있을 때는 혼자만의 처절한 일처럼 여겼던 상황들은 여러 사람들이 삶을 보고 들으며 다르면서도 같은 삶이라 여기며 위로 받는다.

많은 여행을 해 보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은 책임질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해 보라며 허락을 했다. 가족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녀는 넓은 초지의 자유스런 말처럼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성산포 농산물 무 공장 주인을 통해 무 세척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하면서 여행하는 재미도 특별했어요. 물론 몸으로 하는 노동이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주머니들이 잘 한다는 칭찬에 힘이 생기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제주인들의 삶을 제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돈의 소중함도 느끼구요.”

▲ 강다혜(25, 경주시)씨.

가보지 않은 길을 호기심만으로 갈 수는 없는 것.

용기가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억척스럽게 사는 제주여성들의 모습에서 거칠다는 느낌보다는 지혜롭게 삶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해 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사는 여러 방법을 터득하며 자신이 해 낼 수 있는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 억지로 쥐어 짜내며 겨우 작품 발표를 했던 때가 생각났어요. 그런데 홀로 올레길을 걸으며 풍광과 한 몸이 되었을 때 저의 머릿속에는 제가 연출하고 싶은 장면 하나 하나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그녀의 여행은 그녀가 가야할 인생길 창작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진로는 전공을 살려 찾아가야만 되는 줄 알았지만, 능력에 접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여러 곳과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새록새록 쌓여감을 느꼈다. 만난 인연들도 고맙고 제주가 고맙다.”

어느 곳을 가든 그리고 어떤 새로운 문제에 당면하든 이겨내고 해결할 수 있는 자심감이 보인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자세히 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사람들의 삶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다혜 양의 열정에 보는 이들 모두 흐뭇하다.

그녀의 정열적인 인생의 무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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