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용택/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 윤용택 교수
제주섬은 육상과 해양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아름다운 경관, 특이한 지질구조, 탁월한 생태계 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서귀포 해양공원, 내륙습지 등은 경관이 절대적으로 빼어나고 생태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다. 제주도와 정부에서는 이 지역을 여러 가지 보호구역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국제보호구역으로 정해놓고 있다. 제주섬은 제주도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면서, 국가적 보물이자 세계적 자산이다.

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한라산을 천연보호구역(1966)과 국립공원(1970)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지구(2007), 세계지질공원(2010)으로 지정함으로써, 제주섬은 유네스코의 3개의 왕관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는 서귀포 앞바다를 서귀포시립해양공원(1999), 정부에서는 천연보호구역(2000), 천연기념물(2004), 생태계보전지역(2002) 등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는 이 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2002)으로 지정하였다. 이처럼 동일지역에 5중의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까닭은 그만큼 서귀포 해안은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섬에는 국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습지들이 많이 있다. 이 가운데 물영아리오름(2006), 물장오리오름(2008), 한라산1100고지습지(2009), 선흘동백동산(2011) 등은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정부에서는 제주섬이 뉴세븐원더스가 주관하는 세계7대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많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주섬은 이미 지방정부, 중앙정부, 그리고 국제기관에 의해 여러 형태의 국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주섬의 경관과 생태계는 지금까지 많이 파괴되어 왔고 지금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의 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제주섬에 국제보호구역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지방정부가 관광 인프라는 구축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도로, 골프장, 리조트단지 등을 대규모로 개발하고,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서귀포해안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정부가 제주섬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습지 등의 국제보호구역으로 선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세계7대경관으로 선정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한 노력들이 단지 제주섬을 세계에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면, 제주섬의 미래는 대단히 어둡고 불행하게 될 것이다.

강정마을은 제주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고, 실제로 그 연안은 너무나 아름다워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강정마을의 연안은 천연기념물 442호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현재 그곳을 심각하게 파괴하면서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제주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정마을의 경관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은 제주도의 나머지 다른 곳도 얼마든지 파괴돼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노블리스 브블리주는 적용되어야 한다. 제주섬이 경관이 아름답고 생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국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서도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주섬을 국제보호구역으로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제주섬의 국제보호구역을 보전하는 데는 유네스코의 책임도 크다.

제주섬의 국제보호구역이 문자 그대로 잘 보호되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갈등을 야기하고 평화를 깨뜨릴지도 모를 제주해군기지는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 제주섬의 국제보호지역의 잘 보전되기 위해서는 제주섬이 진정한 생명-생태-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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